의대생 집단 휴학을 승인한 서울대와 이를 부당 행위로 보고 감사에 착수한 교육부가 ‘휴학 승인 취소’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교육부는 “서울대 총장이 휴학을 취소하면 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대는 “휴학을 취소하려면 교육부 장관이 직접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원래 서울대에 이날까지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지만 이를 번복하고 21일까지 추가 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밤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이 기습적으로 의대생 집단 휴학을 승인하자 “대학의 책무를 저버린 부당 행위”라며 지난 2일부터 감사에 착수했다.
이후 교육부는 지난 6일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을 발표하고 내년에 학교 복귀를 전제로 올해 1학기 의대생들의 휴학을 승인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집단 휴학 절대 불허’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문제는 이 방침이 나오기 전 이미 휴학이 승인된 약 700명의 서울대 의대생은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교육부는 내년 복귀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휴학 승인을 일괄 취소해야 한다고 본다. 감사 과정에서 교육부는 서울대 측에 “학장이 휴학을 승인했더라도 상급자인 총장이 이를 취소하면 되지 않느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서울대는 학칙상 의대생 휴학 승인 권한이 의대 학장에게 있어 총장이 이를 일방적으로 취소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총장이 법적 근거 없이 휴학을 취소해 버리면 향후 의대생들이 소송을 내면 질 수밖에 없으니 휴학을 취소하려면 교육부 장관이 직접 하라는 것이다. 고등교육법 60조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은 대학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대학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직접 위반 행위를 취소할 수도 있다.
교육계에선 “교육부가 서울대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휴학을 취소하면 학생들의 집단 반발과 소송이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후폭풍을 감당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