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연세대학교 202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 모집 논술 시험 문제 내용 일부가 시험 시작 전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 13일 한성대 실기 시험에서도 문제지 일부가 뒤늦게 배부돼 수험생들이 큰 혼란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별 수시 시험에서 관리 부실 문제들이 잇따라 드러나 학부모와 수험생 사이 공정성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3일 서울 성북구 한성대 ICT디자인학부 기초디자인 수시 실기 고사장 중 한 곳에서 시험 시작 40여 분이 지나서야 문제지 일부가 수험생들에게 전달됐다. 실기시험에선 보통 제시어와 관련 사진을 함께 주는데, 제시어만 먼저 주고 사진을 40여 분 늦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당시 수험생들이 항의했지만, 감독관은 “잘못이 없다”고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대 측은 14일 “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감독관이었던 교직원을 조치하겠다”면서 “해당 고사장 학생들은 사진을 늦게 받았다는 점을 감안해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선 그간 대학들이 운영해 온 수시 모집 시험들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어 왔는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러났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학들은 학생을 ‘수시’와 ‘정시’ 모집으로 나눠서 선발하는데, 2025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 195곳의 모집 인원 34만934명 중 80%(27만1481명)를 수시에서 선발한다. 수시 전형은 학생부 내용이 중요한 학생부 전형, 논술 전형, 실기 전형 등으로 나뉜다. 수능 점수로 선발하는 정시 모집과 달리, 수시는 대학마다 별도로 치르는 시험·면접이 당락에 결정적이다. 그런데 감독관이 시험지를 일찍 배부하거나, 휴대전화를 제대로 걷지 않아 부정행위가 발생하는 등 대학의 시험 관리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학부모·수험생 사이에선 “시험 관리는 똑바로 안 하면서 ‘전형료’ 수입만 수십 억씩 챙기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수시 모집의 여러 전형 가운데 연세대에서 논란이 된 것은 ‘논술 전형’이다. 논술 전형은 대학이 자체 출제한 서술형 시험으로 학생을 뽑는 것으로,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입시에선 전국 42개 대학에서 1만2210명을 선발한다. 대학마다 다르지만, 논술 전형은 다른 전형보다 수능 점수나 학교 내신 성적의 영향력이 작다. 논술 시험으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한 방 전형’으로도 불린다. 이에 내신 성적이 낮거나, 수능 준비가 부족한 지원자들이 몰려 경쟁률이 높다. 특히 연세대는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없고, 학생부도 반영하지 않은 채 100% 논술 성적만 반영한다. 올해 355명 선발에 1만8000명이 몰려 경쟁률 50대1이 넘었다.

지원자는 넘치지만 대학들의 시험 관리는 엉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당수 대학이 많은 응시생을 감당 못 해 지정 좌석에 한 명 한 명 앉히지 못하고 선착순으로 원하는 자리에 앉도록 하고, 휴대전화를 안 걷는 상황이다. 일부 대학은 미리 고지한 입실 시간을 어겨도 봐주기도 한다. 같은 대학인데도 소형 강의실, 계단식 대형 강의실, 도서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시험을 치는 경우도 많다. 여러 대학이 논술 시험을 친 지난 12~13일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경영관에서 시험 쳤는데 강의실이 원형 계단식 구조라 뒤에 앉으면 앞사람이 답 쓴 게 다 보였다” “지정 좌석이 없으면 학원 논술 강사가 시험에 응시하고 옆자리에 앉은 학생에게 답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느냐” “칸막이도 없고 책상 간격도 좁아서 ‘커닝’ 가능” 같은 글들이 올라왔다.

일부 대학은 인력이 모자라 논술 고사 때 외부인을 감독관으로 데려오는 경우도 많고, 이들이 규정을 숙지 못 해 실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울에 사는 한 재수생 학부모는 “대학은 시험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면 ‘감독관의 실수’라고 하면 그만이겠지만, 입시만 보고 몇 년간 열심히 공부해온 수험생들에겐 너무나 치명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대학들이 제대로 관리는 못 하면서 전형료로 장사를 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수시 논술 전형의 전형료는 6만원 안팎이다. 수험생이 수시 지원 기회 6회를 모두 썼을 때 전형료로 36만원 정도 든다. 대학들은 전형료 수입으로 매년 수십억 원씩 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입시 때 전형료 수입은 중앙대가 5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경희대 57억원, 성균관대 54억원, 가천대 53억원, 고려대는 41억원, 건국대·연세대 35억원 순이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학이 관리 감독을 잘 못 하면 ‘수시는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논술뿐 아니라 수시 전형의 시험 전반의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