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진영

전남·경북·강원교육청이 지금껏 주택 임차 지원을 명목으로 교직원 9000여 명에게 2178억원을 무이자 대출해준 것으로 15일 드러났다. 작년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4.31%다. 일반 국민은 물론 다른 공무원들도 받지 못하는 ‘무이자 대출’ 혜택을 세금을 이용해 일부 지역 교직원만 누리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전남·경북·강원 등 3곳은 ‘교직원 주택임차 지원 기금’을 운영한다. 의원실이 이들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전남교육청은 이 기금을 2001년부터 운영하며 올해 8월까지 총 1349억원을 교직원들에게 무이자 대출해줬다. 2010년부터 운영한 경북교육청은 566억원, 2023년부터 운영한 강원교육청은 262억원이다. 작년 기준 전남교육청은 56억원, 경북교육청은 43억원, 강원교육청은 169억원 등 교육청 3곳은 매년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여 원의 대출을 교직원에게 무이자로 해주고 있다.

각 교육청은 “관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지방 근무하는 젊은 교직원 주거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기금 운영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작년 8월 세 교육청의 이러한 주택 무이자 대출 사업을 대표적인 현금·선심성 사업으로 인한 예산 남용 사례로 지적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이런 ‘무이자 대출’ 혜택을 받지 못한다. 기획재정부가 2021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택 자금 등 무이자 융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이다. 세금을 써서 선심성 사업을 하지 말고 이자율을 시중 금리 수준으로 맞추라는 취지다. 지방교육행정기관인 교육청은 이런 제재에서 벗어나 있다.

시도교육청들의 재정 대부분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교직원 인건비를 포함해 유·초·중·고 교육에 사용한다. 그런데 최근 학령인구는 급격히 주는데 세수는 늘다 보니 교육청 곳간이 넘쳐 남는 돈을 기금에 쌓아둔다는 지적이 많았다. 작년 말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다 못 쓰고 각종 기금에 쌓아놓은 돈이 18조6975억원에 달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주택임차지원 기금’은 학생 교육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나 성과 분석도 없이 ‘돈이 남으니 일단 기금을 만들고 보자’는 식의 대표적인 선심성 사업”이라며 “이를 감독할 마땅한 수단도 없다”고 했다. 선출직인 교육감과 시도의회 의원 등이 이런 현금·선심성 사업을 굳이 감시·견제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지영 의원은 “국민들은 조금이라도 금리가 더 낮은 주택 대출을 찾으려 전전하는데, 교직원만 무이자 대출 혜택을 받는다면 납득할 이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혈세로 운영되는 기금인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