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전경. /뉴스1

정부가 지역 정주(定住) 여건을 만들겠다며 자율형 공립고(자공고)에 기업·기관 임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한 입학 전형을 만들 수 있게 하자, 전국 시·도교육청이 반발하고 나섰다. 입시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25일 백승아 민주당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자공고 특례 입학 허용’에 관한 입장을 물은 결과, 교육청 5곳(경남·강원·부산·충남·울산)이 명백히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9곳(경북·광주·대전·전남·경기·대구·인천·충북·전북) 교육청 역시 사실상 반대하는 내용의 ‘신중 검토’ 입장을 밝혔다. 나머지 3곳(서울·세종·제주)은 지역에 자공고가 없거나 의견이 없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자율형 공립고가 교육 발전 협약을 맺은 기업·기관 임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한 입시 전형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8일 공포했다. 기업·기관의 교육 투자를 유도하고 자녀 교육 때문에 생기는 지역 인구 유출을 막자는 취지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6학년도부터 자공고는 이 특례 입학 전형 도입이 가능하다.

예컨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판교고는 지난 9월 자공고로 전환하고, 네이버·카카오 등 지역 기업과 협력해 인공지능(AI) 등 IT 관련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강원교육청은 “국가 재정으로 운영되는 공립고인데 공정한 선발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조치”라며 정책 백지화를 요구했다. 충남교육청 역시 “교육 생태계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했다. ‘신중 검토’ 의견을 낸 경기교육청은 “학생들에게 위화감과 박탈감을 줄 수 있다”고, 전북교육청은 “특권층 교육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8월 입법 예고 기간 “현대판 음서제” “끼리끼리 문화” 등 30건의 반대 의견이 제시됐다.

교육부는 “우려하는 부분을 최대한 덜 수 있도록, 해당 입학 전형의 비율, 협약 기관 자격 등에 대한 기준·절차를 구체화한 훈령을 마련해 무분별한 제도 운용을 방지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