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9일 의대생들의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허용함에 따라 의대 대부분 조만간 학생들의 휴학을 승인할 예정이다. 그간 ‘휴학 승인’을 요구해 온 의료계 단체들도 이날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올해 휴학 승인이 내년도 의대생 복귀로 이어질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부는 지난 8개월간 학생들의 집단 휴학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동맹 휴학’이기 때문에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다 최근엔 대학들이 학생들을 상담해서 ‘내년 3월 복귀를 약속하는 경우’에만 휴학을 승인해 주도록 했다가, 결국 아무 조건 없이 휴학을 승인해 주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교육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곧 학생들의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가 닥치는 것도 작용했지만 휴학을 승인해도 내년 3월에 학생들이 복귀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교육부는 29일 “(조건 없이 휴학을 승인해도) 대부분 대학이 2025학년도에는 대다수 학생이 복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그 근거로 대학들의 학칙을 들었다.
여러 대학이 1년(2학기) 휴학한 의대생들은 내년까지 3학기 연속으로 휴학할 수 없도록 학칙으로 규정하고 있어 어차피 내년 3월엔 학생들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가톨릭대 의대는 학칙에서 의대생 휴학에 대해 ‘휴학 기간은 1회에 2학기를 초과할 수 없으며, 재학 중 의예과는 1회, 의학과는 2회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올해 1·2학기를 휴학한 대부분 의예과 1·2학년 학생이 이미 쓸 수 있는 휴학을 모두 소진했기 때문에 내년에 또 휴학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휴학 기간이 지났는데도 복학하지 않으면 제적 대상이다. 동아대도 의대 학칙에서 ‘휴학은 1회에 2학기를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총장의 승인을 받아 1회에 한해 휴학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년에도 연속 휴학하려면 총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 대학 총장은 “일부 의대생이 내년에 복귀하면 전국 40개 의대 학생들의 ‘집단 휴학 단일 대오’가 무너지기 때문에 결국 학칙과 상관없이 대다수 의대생이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바람대로 내년에 학생 대부분이 복귀한다고 해도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올해 1학년 3000여 명에 내년 신입생 4500여 명까지 약 7500명이 동시에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대학들은 내년 3월까지 4개월 만에 이들을 수용할 강의실과 교수 인력, 교육과정 등을 갖춰야 한다. 의료계에선 “단시간 안에 7500명을 정상적으로 수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8일 소셜미디어에서 “7500명, 단언컨대 교육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학 수업뿐 아니라 졸업 후 병원 수련 활동까지 총 11년간 함께 움직여야 하는 만큼, 의대와 대학 병원이 몸살을 앓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교육부 간담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도 교육부에 “7500명 동시 수업 사태를 대비한 교육과정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더 큰 문제는 휴학을 승인했는데도 내년 3월에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의정 갈등이 계속되면 내년 3월 의대생 복귀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있다. 의료 정상화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공의들이 현장에 복귀할 기미가 전혀 없고, 정부가 추진 중인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의사도 없는 상태다. 만약 의대생들이 내년에도 복귀하지 않으면 ‘대규모 제적 처리’를 놓고 정부와 큰 갈등을 빚게 된다. 장기적으론 향후 의료 인력 수급에도 큰 차질이 생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도 애당초 학생들이 내년 3월에도 안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내년 3월 복귀 약속’을 받고 휴학을 승인해 주려고 했던 것 아니냐”면서 “내년에 학생들이 안 돌아온다고 해서 수백 명에 달하는 재학생을 학칙을 어겼다고 제적하는 것도 쉽지 않고,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는 ‘규정’이나 ‘학칙’을 근거로 의대생 복귀를 유도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