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교육청이 전교조 강원지부와의 단체 협약에 대해 효력이 상실했다고 통보해 큰 갈등을 빚고 있다. 급기야 반발하는 전교조 강원지부 조합원들이 신경호 강원교육감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신 교육감이 넘어져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신 교육감은 이날 오후 자율학습을 하는 강원 양양군 양양고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다. 신 교육감은 이날 오후 7시 30분쯤 이 학교 교장실을 나오다 전교조 강원지부 조합원 5명 안팎과 맞닥뜨렸다. 이들은 ‘일방적인 단협파기 신 교육감 규탄한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면담 요청한다”며 교장실 입구를 막아섰다. 신 교육감은 교육청 관계자들과 함께 이들 조합원을 뚫고 지나가는 과정에서 넘어져 머리와 꼬리뼈를 다쳤다고 한다. 신 교육감은 구급차에 실려 속초의료원으로 이송됐다.
강원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조 강원지부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강원지부는 한 매체를 통해 “도교육청 관계자가 신 교육감을 밀어 넘어뜨리며 전교조 조합원이 함께 넘어졌다”며 “도교육청 관계자를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8일 신 교육감이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교육청과 전교조 강원지부가 체결한 단협 효력이 상실됐다”고 선언하며 시작됐다. 진보 성향인 민병희 전 강원교육감은 2021년 전교조 강원지부와 단협을 맺었다. 이듬해 취임한 신 교육감은 학생 진단 평가 실시, 각종 경시대회 시행 및 교육감 표창 등 공약했던 주요 사업을 시행하려고 했으나 단협이 발목을 잡았다. 단협에 전수 평가 금지, 각종 표창 금지 등 내용이 포함돼 정책 시행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교원노조법은 조합원의 임금과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에 관한 단협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강원교육청은 전교조 강원지부와 맺은 단협이 이러한 권한을 벗어나 교육청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전수 평가 금지’ 등 권한 침해 조항이 430건에 달한다며 작년 6월 이를 삭제하자며 전교조 강원지부에 단협 갱신을 요구했다. 10차례나 협의했지만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협상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신 교육감이 “단협 부칙과 법률에 따라 작년 10월 이미 단협 효력은 상실했다고 판단했다”며 효력 상실을 선언한 것이다. 이에 전교조 강원지부는 “교육 여건 퇴행과 학교 민주주의 후퇴를 불러일으킬 중대한 문제”라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