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의과대학의 모습. /뉴스1

정부가 지난달 29일 의대생들이 신청한 휴학을 대학 자율로 승인해 주도록 허용하면서 대학들이 속속 학생들 휴학을 승인하고 있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부산대 의대는 이날 오후 학생 600여 명이 낸 휴학계를 일괄 승인했다. 제주대 역시 이날 의대생 200여 명이 제출한 휴학계를 승인했다. 이들은 대부분 지난 2월 의대 증원 정책이 발표되고 집단으로 휴학을 신청한 학생들이다. 두 대학은 이달 초부터 학생들에게 휴학 의사를 재확인해왔고, 이날 최종적으로 휴학을 승인했다.

앞서 연세대와 고려대, 강원대, 가톨릭대, 인제대 등도 의대생들이 낸 휴학을 일괄 승인했다. 나머지 대학들도 의대생 휴학 승인 절차를 밟고 있어 이달 안에 대부분 의대에서 학생들 휴학 승인을 마칠 전망이다.

휴학 승인을 진행하는 각 대학은 내년 의대생 1학년 ‘7500명 수업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올해 1학년 3000여 명에 내년 신입생 4500여 명까지 약 7500명이 동시에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휴학한 24학번 의대생을 대상으로 1년을 ‘3학기’ 또는 ‘4학기’로 운영하는 방안, 24학번과 25학번 분반 수업 등 다양한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교양 수업 위주인 예과 1학년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해 공간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의대생 집단 휴학 승인으로 대학들의 재정 부담은 커진 상황이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실이 국립대 의대들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미 지난 9월 30일 의대생 약 780명의 휴학을 승인한 서울대는 등록금 34억4342만원, 이달 초 255명의 휴학을 승인한 강원대는 11억 6140만원을 학생들에게 반환하거나 다음 학기로 넘겨야 한다. 휴학계 제출 학생이 734명인 전북대는 28억1840만원, 651명인 전남대는 24억7163만원, 639명인 경북대는 21억2132만원 규모다. 만약 내년 3월에도 의대생들이 복학하지 않으면 의료 인력 수급 체계에 혼란이 올 뿐 아니라 각 대학 재정에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의대생들 모임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오는 15일 학생 대표자 총회를 열고 내년 학교 복귀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의대 증원 발표 이후 학생들이 총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선 앞서 의대협이 정부의 조건 없는 의대생 휴학 승인 결정에 대해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을 볼 때 내년에도 휴학을 이어가자고 결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