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가 학교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자 총학생회가 ‘수업 전면 거부’ 등을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12일 총학생회와 학내 동아리 등 학생 대표자들이 모여 공학 전환 강경 대응을 위한 ‘총력대응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총력대응위는 “학교 본부에 ‘공학 전환 완전 철회’ ‘총장 직선제 도입’ ‘남자 유학생·학부생에 대한 협의’ 등을 요구한다”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본관 건물 점거, 수업 전면 거부 등을 실시한다”고 했다.
이 학교 총학생회 학생 등은 전날부터 대학 본관 앞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저지하기 위한 시위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명예롭게 폐교하라’는 현수막과 함께 대학 점퍼를 벗어두거나, ‘공학 전환 결사 반대’ ‘세상을 바꿀 그대는 여대에서 피어난다’ 등이 적힌 근조 화환 10여개를 건물 내외부에 설치했다. ‘민주 동덕은 죽었다’ ‘여자들이 만만하냐’ 등 문구가 적힌 피켓도 등장했다.
이들 학생은 붉은색 스프레이로 학교 내·외부 벽이나 바닥에 ‘공학 전환 입시 사기’ ‘공학 반대’ 등 문구를 쓰기도 했다. 학교 앞에 있는 조용각 전 동덕학원 이사장의 흉상에는 달걀을 집어던지고 케첩을 뿌렸다.
앞서 동덕여대는 지난달 말 본부 차원에서 대학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에서 일부 위원이 “학령 인구 감소로 앞으로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남녀공학 전환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가 진행된 안건은 아니고 회의에서 나온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아직 본부가 공식적으로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아닌 데도 학생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동덕여대는 1908년 조동식 박사가 ‘여성 교육을 통한 교육 입국’을 내세우며 설립한 고등학교 동원여자의숙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26년 조 박사 등이 재단 동덕여학단(현 동덕학원)을 설립하고 1950년 동덕여대를 개교했다. 남녀 공학 전환이 실제로 추진되면, 74년 여대 역사가 막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전국 4년제 여대는 이화·숙명·성신·동덕·덕성·서울·광주여대 등 7곳이다. 15년 넘게 이어지는 등록금 동결 등으로 몇몇 대학은 재정난을 호소하며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덕성여대는 지난 2015년 취임한 이원복 전 총장이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했지만 재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무산됐다. 숙명여대도 2015년 일반대학원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려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동문회까지 반발하고 나서자 추진을 보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