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전북 전주시 한일고등학교에서 시험 준비를 마친 수험생이 1교시 국어 영역 시작 종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14일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매우 어려웠던 지난해 수능보다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만 풀 수 있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은 없었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올해 수능은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모집 정원 증원’ 정책을 발표한 이후 처음 실시됐다. 의대 진학을 노리는 최상위권 ‘N수생(재수생 이상)’이 대거 응시해 적정 난도를 확보하는 게 큰 과제였다. 특히 지난 6월 모의고사는 매우 어렵게, 9월 모의고사는 매우 쉽게 출제되어 실제 수능은 어떻게 출제될지 주목됐다.

이날 전문가들은 “국어·영어·수학 영역 모두 킬러 문항은 없었고 대체로 평이하게 출제됐다”고 밝혔다. 공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들은 충분히 풀 수 있었다는 것이다. EBS 수학 강사인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상위권과 최상위권을 가릴 수 있는 문항도 일부 포함됐다”며 “개념·원리를 묻는 문제뿐 아니라, 종합적인 사고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 추론 능력을 보는 문항들을 다양하게 배치했다”고 말했다. 의대들은 수시 전형에서도 대체로 수능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합격할 수 있는데, 이번 수능은 작년처럼 어렵진 않아서 최저 학력 기준을 넘어서는 것이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BS 교재에서 비슷한 문제를 출제하는 ‘EBS 연계율’은 올해도 50%를 유지했다.

이번 수능은 정부가 작년 ‘사교육 경감 대책’에 따라 ‘킬러 문항 배제’를 선언하고 치러진 두 번째 수능이다. 작년에는 ‘킬러 문항’ 없이 변별력을 유지하려다 보니 풀기 까다로운 문제가 많아 지나치게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올해는 전반적으로 적정 난도를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올해 ‘의대 증원’으로 N수생(재수생 이상)들이 역대 최대로 몰린 상황이라 최상위권 학생들은 한두 문제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엔 전 과목 만점자도 1명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교시 국어는 매우 어려웠던 작년 수능과 올해 6월 모의 평가보다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너무 쉬워 만점자가 4478명에 달했던 올해 9월 모의 평가보다는 약간 어렵다는 평이 많았다. EBS 국어 강사인 한병훈 천안중앙고 교사는 “킬러 문항이 배제돼 지문을 이해하는 데 특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문항이 없었다”고 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독서’ 7번과 ‘화법과 작문’ 45번, ‘언어와 매체’ 39번을 풀기 까다로운 문항으로 꼽았다. 7번 문항은 ‘서양 과학 및 기술 수용에 관한 다양한 관점’ 지문을 읽고 두 학자의 견해를 비교·대조하는 내용이다. 다양한 근거를 정확히 파악하는 독해력과 순발력을 요구해 난도가 있지만, 지문을 꼼꼼히 파악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EBS 문제집에 나온 작품이 많이 등장해 학생들이 체감하는 EBS 연계율(51.1%)도 높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BS 연계 작품은 고전 소설 ‘정을선전’, 고전 시가 ‘갑민가’, 현대 소설 ‘배꼽을 주제로 한 변주곡’ 등이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올해도 EBS 연계 지문이 많아 수험생 체감 난도는 낮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문항 분석이 까다로워 시간 관리를 잘했는지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했다.

2교시 수학 역시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은 작년 수능과 6월 모의 평가보다는 쉽게, 쉬웠던 9월 모의 평가보다는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EBS 수학 강사인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문제 풀이 기술을 요구하는 복잡한 계산보다는 개념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묻는 문항이 많았다”고 했다. 작년 수능 수학에서는 공통과목 ‘22번’ 문제를 어려워한 수험생이 많아서 ‘사실상 킬러 문항’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심 교사는 “아무리 봐도 올해는 작년 22번 정도 고난도 문제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난도가 높은 문항으로는 공통과목 20번, 확률과 통계 29번, 미적분 28·30번, 기하 30번 문항 등이 꼽혔다. 특히 미적분 30번 문항은 삼각함수와 합성함수의 미분법을 이용해 주어진 함수가 극대인 점을 추론하는 문항인데, 지금껏 출제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으로 수험생들이 풀기 까다로웠을 것이라 평가됐다.

수학 영역은 모든 수험생이 함께 치르는 ‘공통과목’과 골라서 치는 ‘선택과목’(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으로 나뉜다. 공통과목은 전반적으로 쉽게 출제됐지만, 선택과목 ‘미적분’과 ‘기하’는 작년보다 약간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수능은 재수생 이상인 ‘N수생’이 16만1784명(31%)으로 21년 만에 최고치다. ‘의대 증원’으로 의대 진학을 노리는 상위권 N수생이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상위권 학생이 주로 택하는 미적분이 어렵게 나와 변별력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3교시 영어도 지문 자체의 난도가 크게 높지 않아 작년 수능보다 쉽게 나왔다는 평이 나왔다. EBS 영어 강사인 김예령 대원외고 교사는 “EBS 문제집에서 자주 다뤘던 인문·사회, 예술 분야 소재가 실제 수능에 다수 등장해 EBS 연계율이 55.6%(45문항 중 25문항)까지 올라갔다”면서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수능에선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이 4.71%에 불과해 지나치게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정부는 사교육 경감을 위해 영어는 90점 이상이면 모두 1등급을 받는 ‘절대평가’로 치르고 있는데, 1등급 비율이 상대평가 1등급 비율(4%)과 비슷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국어·영어·수학과 달리, 사회·과학 탐구 영역은 작년보다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EBS가 수능 시험이 끝난 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응시생을 대상으로 ‘체감 난이도’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매우 어려웠다’는 응답이 19.3%, ‘약간 어려웠다’는 응답이 40.8% 나왔다. 작년에는 50.3%가 ‘매우 어려웠다’고 답했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작년 수능보다는 변별력이 낮아져 의대를 노리는 최상위권은 동점자가 늘어나 정시 눈치 싸움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무리해서 ‘상향 지원’하기보다는 보수적으로 입시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