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월 의대 증원을 발표한 이후 처음으로 시행된 수능이 14일 전국 1282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다. 울릉도에서 경북 포항까지 6시간 넘게 배를 타고 나와 시험을 본 학생, 수능 이틀 전 혈액암 진단을 받고 병동에서 시험을 친 수험생 등 곳곳에서 다양한 사연이 쏟아졌다.
경북 울릉도 소재 울릉고의 3학년 부장교사 이동우(35)씨는 수능 3일 전인 지난 11일 고3 학생 22명과 함께 경북 포항으로 이동했다. 울릉도는 배로만 들어갈 수 있는데, 겨울철에는 파도가 거센 날이 많아 시험지를 동시에 배부하기 힘들 수 있어 이런 변수를 없애고자 울릉고 학생들은 매년 수능을 보기 위해 육지로 나온다고 한다. 남학생 9명, 여학생 13명으로 구성된 울릉고 수험생들은 포항고와 두호고에서 수능을 봤다.
이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오랜 기간 수능을 준비한 만큼 실수 없이 잘 마쳤으면 한다”며 “오전에는 다른 3학년 담임교사, 교장 선생님과 함께 포항에 있는 보경사(寺)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잘 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밝혔다.
예년 수능과 마찬가지로 아찔한 사연도 있었다. 이날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경기고 앞. 승용차에서 내린 남자 수험생 한 명이 현기증으로 돌연 주저앉았다. 모친과 경찰이 와서 부축했으나 이 수험생은 기력을 차리지 못했다. 모친은 아들을 끌어안고 “어떡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후 경찰의 도움으로 순찰차에서 대기하던 학생은 오전 7시 25분쯤 도착한 앰뷸런스에서 안정을 취한 뒤, 고사장으로 향했다.
수능 이틀 전 갑작스레 암 진단을 받았으나 병원 측의 배려로 특실 병동에서 수능을 본 경우도 있었다.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재수생 A(19)씨는 지난 12일 혈액암 진단을 받았으나 병원에서 무사히 시험을 잘 치렀다고 한다. 병원 측은 교육청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A씨가 시험을 볼 독립 공간과 감독관들이 시험 준비 및 대기할 수 있는 회의실 등이 있는 특실을 준비했다.
전북 정읍 한 시험장에서는 4교시 선택과목 시간에 ‘시험 종료 5분 전’임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담당자 실수로 15분 전에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시험장 시험본부는 실수를 곧바로 파악해 정정 방송을 했다. 또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은 점을 고려해 시험 종료 시각을 1분 연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