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 논술 전형(자연계열) 시험 문제 유출 사태와 관련, 일부 수험생이 시험 효력을 중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15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12월 13일로 예정된 합격자 발표 등 절차가 중지됐다. 지난달 이 전형 논술 시험을 치른 수험생 1만444명은 본안 소송(논술 시험 무효 판단)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합격 통보를 못 받게 된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 21부(재판장 전보성)는 이날 “논술 시험의 공정성이 중대하게 훼손돼 (합격자 발표 등) 후속 절차의 진행은 중지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12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실시된 수시 논술 전형 자연계열 시험 도중 수학 문제가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경영관 104호 고사실(72고사장)에서 감독관 착각으로 문제지가 시험 시작 1시간여 전에 배부됐다가 회수됐고, 이 과정에서 문제 내용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수험생 18명 등은 “재시험이 필요하다”며 연세대를 상대로 논술 시험 무효 소송을 냈다.

향후 법원의 본안 판단 시점과 연세대의 조치에 따라 수험생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세대를 포함해 대학들의 수시 전형 합격자 발표는 12월 13일까지 이뤄진다. 수시 전형 합격자 등록은 대부분 12월 26일 끝난다. 수험생은 수시에서 최대 6개 대학까지 지원할 수 있다. 여러 곳에 합격해도 한 대학만 최종 등록해야 한다.

그래픽=이진영

입시 일정까지 남은 기간이 빠듯하지만 이 사건은 첫 공판 기일이 잡히지 않아 언제 판결이 나올지 미지수다. 법조계는 선고가 늦어질 경우 다수 수험생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재판부가 빠르게 선고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만약 본안 소송 1심 판단이 12월 26일 전에 연세대가 이기는 것으로 나오면 큰 혼란은 없을 전망이다. 연세대가 합격자를 발표하면 그 전에 다른 대학에 합격해 등록한 학생이라도 다른 대학을 포기하고 연세대에 등록하면 되기 때문이다. 한 법조인은 “향후 2심에서 수험생이 이기는 것으로 판결이 뒤집힐 수는 있지만, 이미 시험을 무효로 하기에는 늦은 시점”이라며 “그러면 소송을 낸 수험생에 대한 손해배상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법원이 수험생 측 손을 들어 이 전형 논술 시험을 무효로 판단할 경우, 연세대가 재시험을 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연세대가 재시험을 친다면 아무리 늦어도 12월 26일 이전까지 이 전형에 지원한 1만444명의 수험생에게 재시험을 공고하고, 재시험 실시, 심사, 합격자 발표 등 모든 절차를 끝내야 한다. 대학들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사전에 정해 놓은 기간에 수시·정시 전형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시 전형이 끝난 이후 12월 31일부터는 곧장 정시 원서 접수가 진행된다.

그러나 재시험을 치른다면 문제 유출 사고와 관계없이 시험을 정상적으로 치른 수험생들과 그 학부모들이 집단으로 소송할 가능성도 크다. 지난 2일 수험생 커뮤니티 ‘오르비’에는 한 수험생 학부모가 ‘연세대 논술 재시험 반대 입장문’을 올렸다. 이 학부모는 “대다수 수험장과 수험생은 정상적인 시험을 치른 만큼 재시험이라는 역차별을 가할 경우 이를 반대하는 수험생들과 연대하겠다”며 소송을 예고했다.

논술 재시험을 치르지 않고 아예 이 전형 모집 인원(261명)을 정시 모집 인원으로 이월하는 방법도 있다. 연세대 역시 재판 과정에서 “논술 시험 절차가 중지되면 재시험을 치를 수 없고, 이 사건 논술 전형 모집 인원을 정시 모집 인원으로 이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송을 낸 수험생들에게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경우 시험을 친 1만444명 수험생들이 연세대를 상대로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수험생들은 쓸 수 있는 ‘수시 카드’ 6장 중 1장도 허망하게 날려버리게 된다.

법원이 12월 26일 이후 연세대가 승소하는 판단을 내리면, 이미 정해진 대학 수시 절차가 끝난 상황이라 합격자 발표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이 경우 교육부가 전체 입시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많다.

연세대는 이날 “합격자 발표를 하지 않을 경우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 1만명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다. 당장 재시험을 시행하기보다는 수시 전형 기간이 끝나기 전에 1심 판결을 빠르게 받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교육부는 입장문을 내고 “연세대는 올해 입시 일정에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법원 결정 취지에 부합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 입시 일정에 혼란을 주지 않도록 빠르게 후속 대책을 결정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