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노조연맹 정상화 추진단’이 18일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위원장이 노조 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하고 조직 내 파벌을 조성하는 등 책임과 본분을 저버렸다며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교사노조연맹은 ‘생활밀착형 분권형 노조’를 표방하면서 지난 2017년 출범했다. 출범 당시 조합원은 250여명에 불과했으나 7년 만에 12만명 넘는 조합원을 보유한 거대 조직이 됐다. 연맹 소속 25개 가맹노조 중 11개 노조가 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탄핵을 추진하고 나섰다.
추진단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회관 앞에서 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이 연맹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해 연맹의 재정 건전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추진단은 김 위원장이 업무와 연관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100만원 상당의 안경 렌즈와 145만원 상당의 양복을 노조 법인카드로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또 특정 당에 우호적인 정치적 발언을 하고 교육정책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표명해 연맹과 가맹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했다. 돌연 입후보를 철회해 연맹의 위신을 떨어뜨렸다고도 했다.
지난 8월 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대법 확정 판결로 직을 상실하자 김 위원장은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진보 진영 경선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9월15일 ‘일신상의 이유’로 돌연 입후보를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별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내부에 출마 뜻을 밝혔고, 사퇴할 땐 사퇴 여부를 묻기 위해 조직 내부 기구를 소집하는 식으로 비민주적 행보를 보였다는 게 추진단 측 주장이다.
추진단 소속 한 지역 교사노조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진보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경기, 초등교사노조 측에 선거인단 지원을 요청했는데 거부하자 해당 노조 위원장을 물러나게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가맹노조 위원장 선거 개입, 사퇴 종용 등 추상적인 이유로 탄핵이 추진되고 있다”며 추진단 측 주장처럼 강령이나 규약을 위반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가맹노조 위원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선 “그런 적 없다”면서 “가맹노조 간담회 과정에서 이미 충분히 자세한 내용을 소명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교사노조는 타 노조와 다르게 독립 노조의 연맹체로 운영되고 각 가맹노조 위원장의 발언권이 충분히 보장된다”며 “연맹위원장이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노조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해선 “업무 수행 중 의복, 안경 등의 갱신 필요성이 발생해 노조 카드를 사용한 바 있으나, 이는 감사위원회에서 소명됐다”며 “이미 절차를 준수하며 승인된 내역을 문제 삼는 것은 회계 담당자나 감사위원장 등의 역량을 무시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 감사위원회 감사 결과 렌즈는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했고 양복은 환수 조치했다.
탄핵을 추진 중인 11개 가맹노조 위원장은 오는 23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교사노조 회의실에서 위원장 탄핵 소추를 심의 의결하기 위한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소집요구서에 서명한 일부 대의원이 지위를 잃었거나 자격이 없다며 이를 반려할 계획이어서 내부 갈등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