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총학생회 등이 대학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발해 과격 시위를 벌여 학교 행정이 마비된 가운데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학생들이 학습권 침해를 호소하며 반발하고 있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동덕여대 일부 재학생은 최근 불법·폭력 시위에 반대하는 모임 ‘동덕STEP’을 만들고 시위대에 의한 피해 사례를 수집해 공론화하겠다고 나섰다. 이 모임 대표를 맡은 생 A씨는 “교내 폭력 시위에 피해를 본 학생이 많지만 이에 반대하면 ‘신상털기’ 등을 당해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학교도 저희 같은 일반 학생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학 전환 반대 시위를 하는 동덕여대 총학생회 등은 지난 12일부터 대부분 학교 건물 출입구를 테이프와 자물쇠로 봉쇄하고 학생과 교직원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교내 기물을 파손하고 강의실을 어지럽혀 수업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학교 측이 대부분 강의를 온라인 강의로 전환했지만 이 역시 시위대가 접속해 소리를 지르고 채팅창을 도배해 진행이 어렵다고 한다.
동덕STEP에 참여한 학생 B씨는 “실기 수업은 온라인으로는 불가능하다 보니 일주일째 강제로 아무런 수업도 못 듣고 있다”며 “학내 연습실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하며 ‘알아서 돈을 주고 외부 공간을 빌리라’고 하는데, 자기들이 뭔데 이를 강요하는 것이냐”고 했다. 또 다른 학생 C씨는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취업 준비를 할 수가 없는 데다 동덕여대 졸업생이라고 하면 ‘폭력 시위’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렵다”며 “12일 열릴 예정이었던 학교 취업박람회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시위대가 난장판을 만들어 무산돼 기회를 날렸다”고 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등은 시위가 격화한 것에 대해 “학교가 공학 전환을 비민주적으로 논의하고, 대화 요청을 일방적으로 묵살하면서 학생들의 분노가 커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학 측은 오는 23일 예정된 2025학년도 대입 수시 논술고사 역시 학내에서 진행하기 어려워 외부 공간을 대여해 열 예정이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학생들 불법 시위로 입은 피해가 최대 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며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금까지 전국 4년제 여대 7곳 중 이화여대를 제외한 6곳(광주·덕성·성신·서울·숙명·동덕여대) 총학생회에서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에 나서거나 연대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