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의 모습. 연세대는 지난 12일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고사장에서 시험 시작 시간보다 일찍 시험지가 배부되면서 일부 문제가 인터넷에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장련성 기자

연세대는 20일 수시 논술(자연계열) 시험의 효력을 정지한 법원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이 기각되자 불복해 즉시 항고했다. 이에 따라 이번 논술 효력 정지 사건은 서울고법 2심에서 다시 다뤄진다.

연세대는 이날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재판장 전보성)가 시험 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법원은 15일 수험생 18명 등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12월 13일로 예정된 이 전형 합격자 발표 중지 등을 명령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가 이의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추가 주장을 살펴봤으나 기존 결정이 정당하다”며 기각했다.

연세대는 또 이 사건 본안 소송(논술 시험 무효) 판단도 최대한 빨리 받아보겠다는 계획이다. 대학 수시 전형 입시 절차가 끝나는 12월 26일 이전에 법원 판단이 나와야 수험생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가 항고심에서 가처분 결정을 뒤집거나,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면 예정대로 수시 논술 합격자를 발표하는 등 신입생 모집 절차가 정상화된다. 만약 패소한다면 가능한 대책은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논술 재시험을 치르거나 이 전형 모집 인원(261명)을 정시 모집 인원으로 이월하는 방안이다.

이날 교육부는 입장문을 내고 “수험생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판부의 조속한 판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재시험 결정 권한은 학교에 있으며 연세대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대안별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모집 인원 정시 이월은 해당 수시 전형에 지원한 수험생의 수시 지원 기회 하나가 사라져 피해가 심각한 점을 고려할 때 합리적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가 ‘수시 모집 인원을 정시로 넘기는 것은 적당한 조치가 아니다’ ‘재시험 결정 권한은 학교에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시험을 정상적으로 본 수험생은 연세대가 재시험 결정을 할 경우 ‘재시험 중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한 상황이다. 섣불리 재시험을 치렀다가 본안 소송에서 시험이 유효하다고 판단이 뒤집히면 소송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전체 입시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는 만큼 교육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은 지난달 12일 실시된 연세대 수시 논술 시험에서 일부 문항이 인터넷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시작됐다. 이에 수험생 18명 등이 “재시험이 필요하다”며 이 시험의 효력 정지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