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 경북 지역에서 현역 의대생이 ‘수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정원 증가에 반발하며 휴학한 현역 의대생이 상위권 의대로 옮겨가기 위해 대거 수능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는데, 의대생 상향 지원이 현실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수학‧영어‧탐구 과목 총점 398점(400점 만점)을 받은 A군이 경북 지역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채점 결과 과학탐구영역 지구과학 한 문제만 틀리고 모든 영역에서 만점을 기록했다.

A군은 2022년 경주고를 졸업한 후 현재 경북 지역 의대에 재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소위 ‘메이저 의대’에 도전하기 위해 수능을 준비해 왔다고 한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런 상황을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1497명 늘어나 관문이 넓어진 데다, 현역 의대생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2월부터 단체 휴학에 돌입하면서 휴학한 김에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수능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올해 2학기 전국 40개 의대의 재적생 1만9374명 중 실제로 출석한 학생은 548명(2.8%)에 그쳤다.

실제로 충청 지역 한 의대에 재학 중인 학생은 “빅5 의대를 목표로 수능을 다시 봤다”며 “단체 휴학 중이어서 암암리에 수능을 본 의대생이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실력이 뛰어난 재수생들이 경쟁에 뛰어드는 바람에 상위권 의대 진학 문이 좁아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의대생이 반수 하는 건 현역들 죄다 죽이는 것 아니냐” “현역은 서럽다”는 글이 올라왔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전에도 지역 의대에 만족하지 않고 상위권 의대로 재도전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올해에는 휴학한 의대생들이 많아 이 같은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반수생은 9만3000명으로, 지난해 8만9000여 명보다 4000명 증가했다”며 “그중에는 휴학한 의대생이 상당수 포함됐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