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로 이동하는 수험생 - 24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앞에서 한 수험생이 다른 대학으로 이동하기 위해 오토바이에 타고 있다. 이날은 한국외대를 포함해 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 등 여러 대학에서 2025학년도 수시 전형 논술 시험이 치러졌다. /박상훈 기자

최근 법원이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 모집 자연계 논술 시험의 효력을 정지한 것이 연세대뿐 아니라 상위권 대학들의 입시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4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세대 수시 모집 자연계열 논술 전형에서 259명 모집에 312명이 추가 합격했다. 1차 합격자 전부와 추가 합격자의 20.5%가 다른 대학에도 합격해 빠져나간 것이다. 반면 인문계열 논술 전형의 추가 합격자는 1명뿐이었다.

수험생들은 수시 모집에서 원서를 최대 여섯 장까지 쓸 수 있다. 여러 군데 합격해도 1곳만 등록할 수 있다. 보통 연세대 자연계열 수시에 합격한 수험생들은 서울대 자연계열이나 다른 대학의 ‘메디컬 학과’(의대·치대·한의대·약대)에 중복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복수 합격한 수험생이 원하는 대학 1곳을 정해 등록하면 예비 번호를 받았던 추가 합격자가 그 자리를 메우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연쇄 이동이 벌어진다.

지난해 메디컬 학과가 있는 전국 99개 대학에서 수시 추가 합격자는 총 3333명이었다. 모집 인원의 101.3%에 달한다. 3000명 넘는 수험생들이 다른 대학으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약대의 추가 합격 비율이 106.7%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한의대(101.3%), 의대(99.2%), 치대(97.8%) 순이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최근 법원의 연세대 수시 논술 시험의 효력 정지 결정이 전국의 메디컬 학과뿐 아니라 중·상위권 대학 이공계 학과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시 업계는 보고 있다. 대학들의 수시 전형 합격자 발표일인 다음 달 13일까지 법원이 연세대 논술 시험에 대한 본안 소송(논술 시험 무효)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 연세대를 포함한 여러 대학에 중복 지원한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학교 선택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여러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들에게 포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법원에서 빨리 판단을 내려줘야 사회적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12일 실시된 연세대 수시 자연계 논술 시험에서 일부 문항이 인터넷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시작됐다. 수험생 18명 등은 재시험을 주장하며 시험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지난 15일 이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다음 달 13일로 예정된 이 전형 합격자 발표 중지 등을 명령했다. 이후 연세대는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앞으로 입시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법원의 최종 판결을 최대한 신속히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의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지난 20일 기각했다. 연세대가 즉시 항고함에 따라 이번 논술 효력 정지 사건은 서울고법 2심에서 다시 다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