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핵심 교육 개혁 정책인 ‘AI(인공지능) 교과서’가 내년 도입을 앞두고 야당 반대로 무력화될 위기에 처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부 정책에 반한다”고 항의한 뒤 표결 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용 도서’가 아니라 ‘교육 자료’로 규정한다. 교과용 도서는 모든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교육 자료는 학교장이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론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들의 문해력 하락을 유발하고 배포에 막대한 예산이 든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든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민주당이 전교조 등 친야 성향 단체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전교조 등 126개 단체로 구성된 ‘AI 디지털교과서 중단 공동대책위원회’는 “교육부는 과도한 디지털 기기 의존 문제, 개인 정보 보호 및 디지털 격차 문제 등 다양한 문제 제기에도 내년 3월 도입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며 “도입을 전면 중단하라”고 했다.
교육부는 비상이 걸렸다. 만약 야당의 법안이 통과되면 정책 효과를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교과서 출판사와 개발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사용률이 낮아지면 개발사들은 본래 기대했던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이미 출판사들은 자체 예산을 투입해 교과서 개발을 다 마쳤고, 29일 검정 심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한국교과서협회와 발행사들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AI 교과서는 과목당 최소 20억원 자본과 인력 수십 명을 투입해 만드는데, 선택이 교장 재량에 맡겨지면 시장 확보가 불투명해진다”면서 “교과서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본래 내년부터 초3·4, 중1, 고1 대상 수학·영어·정보 과목에 먼저 AI 교과서를 도입하고, 2026학년도 국어, 사회, 과학, 기술·가정, 2027학년도 역사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최근 교육 현장의 우려가 커지자 도입 시기와 과목을 수정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 중이다. 국어와 기술·가정에는 도입하지 않고, 사회·과학에는 도입 시기를 1년씩 미룬다는 것이다. 최근 전국 시도 교육감들도 “AI 교과서 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