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서울교육감과 고교 찾아간 이재명 -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근식(왼쪽) 서울시교육감 등이 27일 서울 성동구 금호고등학교에서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마친 후 식생활 교육실(급식실)에서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수업료와 교과서비, 학교 운영 지원비 등을 전액 면제해주는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교육청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원래 올해까지만 정부와 교육청이 함께 내고, 내년부턴 교육청이 전액 부담하기로 했는데 교육감들과 야당이 “정부도 계속 같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교육계에선 “교육청들이 적립금을 수조원씩 쌓아두고도 자기 관할인 고등학교 교육 예산을 안 대려고 하는 건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고교 무상교육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 교육 공약으로, 2019년 2학기 고3을 시작으로 2020년 2학년, 2021년 전 학년으로 확대됐다. 2019년 도입 당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특례 조항을 신설해 올해까지 5년 한시적으로 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47.5%씩 내고 지자체가 5%를 부담하기로 했다. 올해 총 예산 1조9872억원 가운데 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9439억원, 지자체가 994억원씩 부담했다. 올해 말 교부금법 특례 조항이 일몰되면 내년부터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예산을 전액 부담할 예정이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내던 약 1조원을 교육청이 모두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자 야당과 시도 교육감들은 “교육청 재정 부담이 커진다”면서 국고 부담 기한을 3년 더 연장하자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런 내용을 담은 교부금법 개정안을 지난 7월 발의했다.

정부·여당은 시도교육청이 초·중·고교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인 만큼 고교 무상교육 역시 교육청 예산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학령인구 감소와 내년 교부금 규모 등을 감안하면 교육청이 예산을 충당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청 예산인 교부금은 매년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한다. 내년 규모는 72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3조4000억원 늘어난다. 이미 교육청들은 법안이 일몰되는 걸 감안해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예산안도 다 짜놓은 상태다.

하지만 야당과 교육감들은 인건비 등이 늘어나고, 교육부가 추진하는 유보 통합, 늘봄학교 등 새 정책 때문에 앞으로 돈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서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야권이 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마치 고교 무상교육이 내년부터 무산될 수 있다는 식으로 호도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선거 운동 기간 ‘99.4% 삭감된 고교 무상교육 중앙정부 예산 복원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며 “잘못하면 무상급식도 없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또 일부 민주당 의원은 ‘고등학교 무상교육 99% 삭감 아이들 교육도 포기한 비정한 정부’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예산 부담 주체만 바뀔 뿐 무상교육은 변함이 없는데 학부모들이 오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2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간담회에서 “‘국가가 책임지지 않겠다.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면서 “1조원도 안 되는 돈인데 그러면서 수십조원씩 초부자 감세는 왜 해주는 건지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공방이 이어지자 여당은 지난 10월 일종의 ‘타협안’을 내놓았다. 교부금법 특례 조항을 3년 연장하되, 정부 부담 비율을 2025년 15%, 2026년 10%, 2027년 5%씩 단계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현행 국고 부담률(47.5%)을 3년 연장하는 교부금법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법안소위에서 단독 의결했다. 이 개정안이 교육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통과해 입법이 완료되면 2027년까지 3년 더 국고에서 상당수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대야 한다. 이에 대해 재정 당국 반대 입장이 강경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고교 무상교육

고교생에게 입학금, 수업료, 교과서비 등을 전액 면제해 주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교육 공약 정책으로, 2019년 2학기 고3을 시작으로 2020년 2학년, 2021년 전 학년으로 확대됐다. 2019년 도입 당시 예산을 정부(47.5%)와 교육청(47.5%), 지방자치단체(5%)가 올해까지 5년간 나눠 부담하는 것으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