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수시모집 논술 시험일인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연세대가 지난 10월 자연계 수시 논술 문제 유출 사태와 관련, 해당 시험에 응시한 9666명 전원에게 2차 시험 기회를 주고 261명을 또 선발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사실상 합격 인원을 두 배로 늘리면서 1차 시험에서 훼손된 공정성을 2차 시험에서 되살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수험생 전원이 동일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정의(正義)를 복원했다는 측면에서, 연세대가 뒤늦게나마 이치에 맞는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10월 12일 수시 논술 시험 도중 수학 문제가 인터넷에 유출됐다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이번 사태는 도무지 해결이 어려운 미궁으로 빠지는 듯했다. 지난 15일 일부 수험생이 시험 효력을 중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고 합격자 발표를 중단시켰다. 닷새 뒤 연세대가 제기한 이의신청마저 기각되면서 한국 입시 역사상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일각에선 재시험을 조속히 치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시험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수험생들이 추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컸다. 게다가 논술 시험 효력을 다투는 본안 소송에서 ‘시험 유효’ 판단이 나올 경우 그 여파는 가늠조차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법원이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가처분을 인용한 상황에서 무작정 본안 소송만을 기다리기도 어려웠다. 대입 수시 절차가 끝날 때까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온다고 장담할 수도 없었다. 차일피일 시간을 끌면 전체 대학 수시 일정에까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연세대 윤동섭 총장 등은 ‘우리 대학에 지원한 어떤 수험생도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는 명제를 붙들고 씨름했다. 대학 고위 간부들은 1885년 개교 후 초유의 이번 사태에 40여 일간 매일 심야 대책 회의를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향후 유사 사례의 표본이 될 만한 적절한 조치”라고 했다. 연세대는 내년 개교 140주년을 맞는다. 앞으로도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장 32절)는 교훈을 이같이 실천해주길 많은 학부모·수험생이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