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초·중·고교에서 쓸 영어·수학·정보 교과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76종이 검정을 통과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AI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실제 도입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AI 교과서 검정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AI 교과서 검정을 접수한 21개 출원사 146종 가운데 12개 출원사에서 제작한 76종이 최종 합격했다. 내년 2월 초까지 초등학교는 3·4학년 영어·수학, 중1·고1은 영어·수학·정보에서 과목별 AI 교과서 1종씩을 선정하게 된다. 이 교과서는 기존 종이 교과서와 함께 사용된다.
교육부는 이날 애초 2026학년도 도입하기로 했던 국어와 기술·가정(실과) 과목은 AI 교과서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회, 과학 교과는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춰 2027년 도입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 교사, 학부모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정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AI 교과서 관련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며 내년 AI 교과서 도입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AI 교과서를 교과용 도서가 아니라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과용 도서는 모든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써야 하지만, 교육 자료는 학교장이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정부·여당과 야당의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정부·여당은 이미 AI 교과서가 교과서로서의 법적 지위를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작년 대통령령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의 교과서 범위에 ‘지능정보화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AI 교과서 검정을 진행했고 이날 교과서로 공표된 만큼 이 개정안을 통과시켜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건 헌법 13조 ‘소급입법 금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헌법상 교육제도 법률주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AI 교과서에 교과용 도서 지위를 부여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헌법 31조는 ‘교육제도 등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국회가 입법으로 AI 교과서 지위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개정안이 통과하면 소급 입법의 문제뿐만 아니라 학교별 AI 교과서 선택 유무에 따른 교육 격차가 심각하게 발생하는 등 문제가 많다”며 “본회의 통과가 되기 전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