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AI 디지털 교과서 영어 최종 합격본의 시연 행사에서 관계자가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DT)의 주요 기능을 토대로 참여형 수업 및 학생 맞춤교육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2일 내년 3월 학생들이 사용할 인공지능(AI) 교과서를 공개했지만, 학교 현장에선 “3개월 만에 교사들이 사용법을 익힐 시간이 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과서 실물 공개가 너무 늦어져서 교사들이 체계적인 연수를 받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 5월부터 현재까지 전국 5만명 넘는 교사를 대상으로 AI 교과서 관련 연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간 주요 핵심 기능만 담은 시제품으로 교육이 진행돼 교사들 사이에선 “실습이 부족했다”는 말이 나왔다.

대구 한 중학교 수학 교사 A(57)씨는 “10월에 토요일 하루 8시간짜리 연수를 들었는데, 대부분 이론이었다”면서 “아이들이 디지털 세대라 AI 교과서에 호기심을 가질 것 같은데, 교사들 연수가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 한 중학교 교사도 “연수를 3~4차례 들었지만 실습 없이 강사가 설명하는 내용이 주였다”면서 “지금부터 AI 교과서를 본격적으로 익혀야 해서 부담스러워하는 동료가 많다”고 했다. 최대 교사 노조인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학교에서 여러 종의 AI 교과서를 검토하고 내년도 교과서를 선정해야 하는데, 학기말 가장 바쁜 시간에 학생 특성에 맞는 교과서를 제대로 선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AI 교과서는 시도교육청들이 발행사들에 ‘구독료’를 내고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와 발행사 간 협상이 늦어져 아직 구독료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AI 교과서는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이를 탑재한 디지털 기기가 학생 모두에게 보급돼야 AI 기반 수업이 이뤄질 수 있다. 현재 서울의 기기 보급률은 약 50% 수준이며, 전국 17개 시도 중 기기 보급률 100% 이상인 곳은 5곳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 AI 교과서로 수업하는 초3·4, 중1, 고1 학생 수로 따지면 보급률엔 문제가 없고, 전체 기기 수도 늘려 나갈 것”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야당이 추진 중인 AI 교과서 관련 법안이다. 야당은 AI 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데, 이미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한 상황이다. 이 법안이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AI 디지털 교과서는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가 된다. 교육 자료가 되면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학교만 사용하게 된다. 교과서 도입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곳곳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