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교육부 정부세종청사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시연 행사가 열렸다. 중등 영어 과목 교과서를 개발한 발행사 관계자가 주요 기능들을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 측은 “AI 교과서는 그간 수업에서 소외됐던 학생들에게도 맞춤 교육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 격차 해소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현종 기자

‘I’m practicing my dance moves’(아임 프랙티싱 마이 댄스 무브즈)

대형 모니터에 영어 문장과 ‘음성을 들은 후, 마이크를 누르고 따라 말해 보세요’라는 안내문이 떴다. 문장을 읽고 결과 보기 버튼을 누르자 원어민 발음·억양과 비교해 얼마나 정확한지 분석된 내용이 화면에 그래프와 숫자로 1초 만에 떴다.

2일 교육부가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 3월 학교 현장에 도입하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언론에 공개하고 시연 행사를 했다. 세계 최초로 공교육에서 모든 학생이 사용하는 AI 교과서가 베일을 벗은 것이다. 내년부터 각 학교에선 초3·4학년 수학·영어, 중1·고1 수학·영어·정보 과목의 AI 교과서 76종 가운데 원하는 걸 골라 종이 교과서와 함께 가르친다.

그래픽=양인성

이날 시연은 초4·중1 영어 교과서 2종으로 진행했다. 발음 교정부터 문법 교정까지 AI 교과서가 학생별 수준과 진도에 맞춰 ‘맞춤형 교육’을 하는 다양한 기능이 중점적으로 소개됐다.

발행사 관계자는 “종전 수업에선 교사가 학생들의 잘못된 발음을 일일이 지도하기 어려웠는데, AI 교과서는 이를 바로 도와줄 수 있다”며 “영어에 자신 없는 학생들은 발음이 잘못됐을까 봐 위축되는데, AI 음성 평가로 개별 지도를 받고 보충할 수 있게 돼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AI 교과서로 개별 학생 수준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평가 문제를 풀자 자동으로 채점이 완료됐고, 각 학생의 정답률과 전체 정답률 평균 등을 거의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었다. 학생도 정답률과 문제 푸는 데 걸린 시간, 부족한 영역에 대한 평가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교과서가 “학생은 듣기와 말하기는 잘하는데 문법이 부족해요. 문법 추천 강의를 들어볼까요?”라고 제시한다. 교육부 측은 “교사가 학생들이 수업을 잘 따라오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더 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AI 교과서에는 ‘AI 챗봇’ 기능도 있다. 발행사 직원이 AI 챗봇에 “현재진행형이 뭐야”라고 물었더니 곧장 “현재진행형 형태는 ‘be동사의 현재형(am, are, is)+동사ing’이며,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표현합니다”라는 설명과 두 예문이 제공됐다. 이를 통해 작문을 완성하는 과정이 교사용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확인됐다. ‘AI 챗봇’은 교과서에 있는 내용만 답할 수 있기 때문에 챗봇이 학생들과 부적절한 대화를 주고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만약 교과서 내용과 관계없는 질문을 하면 ‘교육과정 내에 있는 질문이 아닙니다’ ‘수업과 관련 있는 질문만 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뜬다.

학부모들은 AI 교과서가 도입되면 학생들이 게임이나 소셜미디어 등 ‘딴짓’을 하리라는 걱정을 가장 많이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 교과서는 대부분 ‘딴짓 예방 기능’을 넣었다. 예컨대 학생들의 교과서 화면은 기본적으로 ‘잠금’으로 걸려 있고, 교사가 ‘해제’ 버튼을 눌렀을 때 화면이 활성화되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날 시연 행사를 한 초등 영어 발행사 관계자는 “교사가 설명할 때 학생들이 교과서를 혼자 사용한다고 정신이 팔리면 안 되기 때문에 ‘잠금’ ‘해제’ 기능을 넣어 교사가 충분히 학생들의 딴짓을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