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 추가 논술시험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2025학년도 수시 논술 전형(자연 계열)에서 시험지 사전 배포 논란을 겪은 연세대에 대해 합격자 발표 등 후속 입시 절차를 중단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2심에서 뒤집혔다. 이에 따라 논술 시험의 효력이 인정돼 연세대는 오는 13일 합격자 발표를 그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3일 서울고법 민사25-1부(재판장 이균용)는 연세대가 제기한 논술 시험 효력 정지 가처분 항고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논술 시험 운영 및 감독 과정에서 미흡한 대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선발 과정에서 공정성을 중대하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라면 자율성이 인정돼야 한다”면서 “사립학교의 합격·불합격 판정 또는 입학 자격, 선발 방법 등은 해당 교육 기관이 교육 목적 달성을 위해 인격·자질·학력·지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할 수 있는 재량 행위”라고 했다. 이어 “논란이 된 고사장에서 외부로 문제가 광범위하게 유출됐다는 수험생 측 소명이 부족하고, 해당 고사장의 평균 점수가 다른 고사장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논술 시험의 공정성이 중대하게 훼손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해당 고사장에서 시험지가 감독관 착오로 1시간 일찍 배부됐다가 회수된 건 맞지만, 이로 인해 시험 자체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논란이 된 고사장 수험생들의 평균 점수가 다른 고사장 수험생들의 평균 정도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고, 해당 고사장에서 합격권인 수험생이 1명뿐이라는 점을 들었다. 또 소송을 낸 수험생들이 문제가 광범위하게 유출된 근거로 제시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익명 대화방 내용, 진술서 등은 게시자나 작성자의 실명이 기재되어 있지 않는 등 진위 확인이 어려워 증거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래픽=박상훈

이 사건은 지난 10월 12일 연세대 수시 논술(자연 계열) 시험의 한 고사장에서 시험지가 먼저 배포되는 등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수험생 등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법원은 지난달 15일 이들이 낸 시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오는 13일로 예정된 이 전형 합격자 발표 중지 등을 명령했다. 당시 연세대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에 이의 신청을 했지만, 지난달 20일 법원은 “추가 주장을 살펴봤지만 기존 결정이 정당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연세대는 법원의 이의 신청 기각에 불복하며 서울고법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했고, 이날 서울고법이 연세대의 항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이번 시험에서 심각한 공정성 훼손이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연세대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연세대는 오는 13일 수시 논술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오는 8일 치르기로 한 추가 시험(2차 시험)도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이다. 앞서 연세대는 1차 시험 합격자 261명은 그대로 발표하고, 2차 시험을 한 번 더 실시해 최대 261명을 추가로 뽑겠다고 지난달 27일 밝힌 바 있다. 2차 시험 응시 대상은 1차 시험에 응시했던 수험생들이다. 2차 시험 합격자는 수시 모집 절차가 끝나는 오는 26일 이전에 발표할 예정이다.

수험생 측 변호사는 “대법원 재항고보다는 본안 소송에 최대한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