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과학 학업 성취도는 세계 2~4위로 높지만, 이 과목들에 대한 흥미나 자신감은 꼴찌 수준으로 나타났다. 과목별로 뛰어난 점수를 받는 학생은 줄고, 기초 미달 학생들은 늘어나고 있다.
4일 교육부는 국제 교육성취도 평가 협회의 ‘2023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 연구(TIMSS)’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초4와 중2를 대상으로 수학과 과학 성취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1995년부터 4년마다 시행한다. 작년엔 59국의 초4 36만명, 44국의 중2 30만명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 우리나라 초4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 점수는 594점으로 싱가포르(615점), 대만(607점)에 이어 3위였다. 과학은 583점으로 싱가포르(607점) 다음으로 높아 2위를 기록했다.
중2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596점으로 싱가포르(605점), 대만(602점) 다음으로 높았다. 과학(545점)은 4위였다.
학생들의 과목별 순위는 과거에 비해 떨어졌으나 여전히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초4 학생들은 수학·과학에서 1995·2011년엔 2위, 1위였고, 2015년 이후엔 줄곧 3위,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평균 점수는 계속 하락 추세다. 초4 수학의 경우 1995년 581점에서 2015년 608점으로 오른 뒤 2019년 600점, 2023년 594점으로 떨어졌다. 중2 과학은 2019년 561점에서 2023년 545점으로 떨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안 배운 내용이 예전보다 많이 출제되어 점수가 다소 떨어진 것 같다”면서 “싱가포르, 대만, 일본 등도 비슷하게 점수가 떨어져 순위에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목별로 뛰어난 점수를 받은 ‘수월 수준’ 학생 비율은 줄고, 가장 점수가 낮은 ‘기초 미달’ 학생 비율은 늘고 있다. 예컨대, 중2 학생들의 과학에서 ‘수월 수준’ 학생은 2019년 22%에서 2023년 18%로 4%p줄었고, ‘기초 미달’ 학생은 4%에서 6%로 2%p 늘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학·과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은 세계 최하위권이었다. 초4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흥미 척도는 세계 58위로 꼴찌였고, 자신감도 50위로 하위권이었다. 설문에서 초4의 48%, 중2의 60%가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수학에 자신 없다’는 비율도 초4 34%, 중2 61%에 달했다. 중2 학생들의 과학 과목 자신감 점수는 26국 중 25위로, 일본 다음으로 낮았다. 중2 학생의 44%가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고, 66%는 ‘과학에 자신이 없다’고 했다.
배영찬 한양대 명예교수는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는 수학과 과학이 핵심 학문인데, 우리 교육은 여전히 문제 하나 더 맞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니 아이들이 흥미는 떨어지고 틀리는 데 두려움을 갖게 된다”면서 “끝까지 질문하고 탐구하는 과정의 즐거움을 가르쳐 수학과 과학에 흥미가 생길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