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한글 해독 ‘골든 타임’은 초등학교 1~2학년입니다. 이 시기에 한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 손을 누군가 잡아주지 않으면 한글을 깨치기가 너무 어려워집니다. 그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제가 손을 잡아주고 싶었습니다. ‘밀알 교사’라는 제 별명처럼 썩어서 아이들을 위한 거름이 되는 교사가 되라는 뜻으로 이런 큰 상을 주신 것이라 생각하겠습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일보에서 열린 ‘2024 올해의 스승상’ 시상식. 한글을 제대로 읽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읽기 교실을 운영하는 이혜진(51·대구불로초) 교사가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 교사는 2학년 학생 50명 중 4명이 한글을 못 읽는다는 사실을 알고 이 아이들을 돕겠다며 7년 넘게 읽기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2018년 유방암에 걸려 1년 넘게 투병 생활을 하고 다시 교단에 선 그는 “살아 있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런 상을 받을 수 있는 것에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올해의 스승상’은 열정과 헌신으로 학생들을 가르쳐 온 교사를 발굴하고 그 공로를 알리기 위해 2002년부터 교육부와 조선일보사, 방일영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올해 수상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교사 254명이 이 상을 받았다.
이날 총 7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독서 치료’를 활용하고, ‘학생 1인 1그림책’ 교육을 주도한 강수정(46·병곡초) 교사는 “이 상을 묵묵히 최선을 다하라는 격려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 학교교육을 믿고 멀리서 아이를 전입한 학부모님들이 있어서 교육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폐교 위기였던 병곡초는 강 교사의 교육 활동이 학부모 소문을 타며 전학생이 늘어 위기를 면했다.
20년간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하며 열악한 과학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앞장선 류은실(43·구미문성초) 교사는 “놀거리가 적은 농촌 학교 아이들에겐 과학이 놀이이자 학습이고 도전이자 꿈”이라며 “탐구하고 공부하고 행복한 교실을 만들겠다”고 했다. 각종 늘봄학교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고 음악·놀이·미술을 이용한 학생 심리 치료에 힘쓴 최윤진(55·대구황금초) 교사는 “교육자였던 아버지가 남긴 ‘교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학생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소명 의식을 따라 교사가 됐고 제 아들과 딸도 초등 교사의 길을 걸어 ‘3대 교사 집안’이 됐다”며 “이런 큰 상을 받은 것을 자부심으로 앞으로 단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도록 교육하겠다”고 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인재를 키우겠다는 철학으로 전교생이 ‘1인 1스포츠’를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한 신영섭(46·유강중) 교사는 “학생들이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동료들과 협동한 결과가 이렇게 상으로 돌아왔다”며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교사들이 꺼리는 학교 폭력 업무를 8년간 맡으며 학생 상담을 위해 전문 상담 교사 자격증도 취득한 한설(54·전주화정중) 교사는 “세상에 나쁜 학생은 없다. 나쁜 말과 행동을 하는 아픈 학생만 있을 뿐”이라며 “이런 아이들을 따뜻하게 잘 혼내는 교사가 되겠다”고 했다.
낡은 장비로 자동차 관련 실습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 직접 예산을 따와 첨단 실습 환경을 만든 신문창(40·부산자동차고) 교사는 “대한민국이 기술 강국이 되려면 학생들이 기술을 잘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초심을 잃지 말고 미래 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더 노력하라는 뜻으로 이 상을 줬으니 그에 따른 큰 책임감을 느끼겠다”고 했다.
‘올해의 스승상’ 후보 신청은 각 학교장을 통한 ‘기관 추천’과 동료 교원·학생·학부모를 통한 ‘국민 추천’을 통해 지난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받았다. 총 33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서류 심사를 진행했고, 현장 실사 대상자로 선정된 14명에 대해선 교육부와 조선일보가 후보자의 근무지를 찾아 공적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주위 여론을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의 스승상’ 심사위원회에서 최종 수상자 7명을 결정했다. 수상자에게는 교육부 장관 표창과 상금 2000만원씩이 수여됐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디지털 혁명, 지역 소멸 위기 등 급격한 변화를 맞는 속에서 학생 적성과 소질에 맞는 교육이란 가치를 지키는 중심에 선생님들이 계신다”며 “경험과 전문성을 널리 공유해달라”고 말했다. 방준오 조선일보 사장은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해주셨다”며 “모든 아이가 잠재력을 발견하고 공평한 기회 속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돼달라”고 했다. ‘올해의 스승상’ 심사위원장인 김도연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변용식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도 시상식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