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면 인공지능(AI) 활용 능력이 임금 수준을 결정할 겁니다. ‘AI 교육 격차’가 ‘임금 격차’가 되지 않도록 공교육이 책임져야 합니다.”
26일 조선일보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최한 ‘2025 미래사회 교육 컨퍼런스’에서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가 ‘AI 시대의 교육 혁신과 인재 육성’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맥킨지 연구소에 따르면 2030년까지 근로자 총임금의 약 13%가 높은 수준의 디지털 기술이 필요한 작업으로 전환되고 디지털 기술이 낮은 근로자 임금은 정체 또는 감소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AI 기술을 활용하는 ‘생산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차원의 교육 개발과 적용이 시급하다”고 했다.
근거로 최근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의 ‘미국에서 떠오르는 AI 격차’ 보고서 내용을 들었다. 미 캘리포니아주 등 교육 수준과 소득이 높은 미국 서부 지역의 ‘챗GPT’(생성형 AI) 사용 비율이 루이지애나 등 미국 남부 지역에 비해 높다는 내용이다. 이 교수는 “‘AI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며 “한국은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 공교육이 AI 교육을 주도하지 않으면 더 격차가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AI 디지털 교과서’가 학생들의 AI 활용 능력을 기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조 강연을 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AI 시대가 오며 개념을 단순히 암기하는 방식의 교육은 이제 끝났다”며 “개념적 지식 위에 창의성, 인성, 융합 역량, 비판적 사고, 컴퓨팅 사고 등을 엮는 개념 활용 능력을 중심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이 부총리는 이처럼 AI 시대를 대비한 ‘교육 혁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AI 교과서처럼 교육 현장의 도구로 AI를 쓰는 것이 필수라고 본다. 이 부총리는 “AI가 교실에서 수업 자료를 만들고 학생이 필요로 하는 지식 전달의 보조자가 되고, 교사는 이 전반을 지휘·관리하는 ‘학습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 부총리는 AI 시대 인재를 교육하는 또 다른 핵심은 ‘인성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딥페이크와 같이 생성형 AI 기술을 이용해 친구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등 사건이 연이어 드러나며 큰 논란이 됐다. 이 부총리는 “아이들이 AI를 비윤리적인 용도로 쓰거나, AI로 인해 디지털에 과몰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디지털 시민 교육’을 철저히 시행하겠다”고 했다. 이날 강은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도 “AI가 교육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가운데 학교는 인간만이 소유한 창의적 사고와 공동체 가치를 이해하고 서로 협력하는 인재가 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주요 기업 AI 관련 부서 임원들은 AI 시대가 오며 인재상도 급변해 혼란하다며 대학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태희 삼성SDS AI연구팀 상무는 “AI의 기술·학문적 가치가 무엇인지 대학이 토대를 세워줘야 한다”고 했다. 김영옥 HD현대 AI센터 상무는 “알고리즘 구조를 파악해 AI를 논리 정연하게 활용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기초 능력’을 대학이 탄탄히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앞으로 대학은 AI와 함께 일하며 상호 보완적인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은 “사회적 규범, 문제, 책무성을 고민하는 ‘성숙한 AI’를 구현하기 위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고 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입법 과정에도 AI가 적용될 필요가 있다”며 “AI가 정책별 데이터를 분석하고 입법 수요를 파악하면 더욱 국민 입장에 가까운 입법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