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의대 수시 모집 일정이 27일로 마무리되면서 수시 모집에서 충원하지 못한 인원도 확정됐다. 각 대학은 수시 미충원 인원을 더한 학과별 정시 모집 인원을 30일까지 순차적으로 발표한다. 이로써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시계는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교육계와 의료계를 중심으로 “이제는 현실적으로 내년, 내후년 의대 정원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학들은 의대를 포함한 각 학과의 2025학년도 수시 추가 합격자 등록을 27일까지 마감했다. 지난 13일 수시 최초 합격자 발표를 마친 데 이어 중복 합격 등으로 이탈한 인원에 대한 추가 합격자 발표·등록도 수차례 반복해 이날 수시 등록을 종료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학은 지원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등록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이런 방식으로도 수시에서 선발하지 못한 인원은 정시로 넘어간다. 각 학교는 정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31일 전날인 30일까지 추가 인원을 반영한 정시 선발 인원을 공지해야 한다.
입시 업계는 올해 39개 의대가 수시에서 선발하지 못한 인원이 100~200명일 것으로 분석한다. 직전 2024학년도 33명에 비해 훨씬 늘 전망이다. 이번 의대 수시 모집 정원은 작년에 비해 1100여 명 늘어난 3118명이다. 여러 의대 수시에 동시 합격한 학생이 늘면서 지방 의대 중심으로 수시 미충원 인원이 많을 전망이다.
올해 주요 의대들은 수시 모집에서 인원 충원에 애를 먹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대는 예년과 동일하게 의대 최초 합격자 중 이탈자가 아무도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23일 기준 연세대와 고려대 의대의 수시 등록 포기 비율은 58.7%, 89.6%였다. 각각 작년 동일 시점의 39.7%, 86.6%에 비해 늘었다. 입시 업계에서는 우수 학생들이 의대로만 수시를 쓰는 경향이 올해 더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의대 미충원 인원은 정시로 넘겨져 반영될 예정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 입학 전형 기본 사항’에 의거해 각 대학은 미등록 충원에 관한 주요 사항을 모집 요강 등에 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정시 이월을 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이날 각 대학에 따르면, 대학들은 내부 결재 등 행정절차를 거쳐 정시 인원을 확정 공지할 예정이다. 고려대, 이화여대, 중앙대, 경희대 등 주요 대학들은 30일 공개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실적으로 2026학년도, 2027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를 시작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의정 사태 후 휴학 등으로 수업을 거부한 의대생 1학년 약 3000명과 내년 입학 예정인 4500여 명을 더해 7500명을 한꺼번에 가르쳐야 하는 등 교육 현장에서 지속적인 혼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당장 입시를 치르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번 정원을 가지고 계속 말하는 건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이번에 증원된 인원 수를 감안해 2026·2027학년도 정원에 대한 각계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 학년 7500명은 강의실, 카데바(해부 실습용 시신), 생활 시설 부족 등 다양한 측면에서 향후 연쇄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원을) 늘려 놓았으면 줄여야 할 때도 있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2026학년도는 기존 정원(3058명) 이하로 논의를 시작하는 게 맞는다”며 “증원은 2027학년도부터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내년과 내후년 모집 정원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현재 고1, 고2 학생과 재수생, 학부모들 사이에서 계속 혼선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