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2025학년도 대입 정시 모집 원서 접수가 31일 시작되는 가운데, 올해 의대 증원 여파로 수시에서 모집 인원을 다 채우지 못해 정시로 이월한 인원이 작년의 3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전국 39개 의대가 공개한 정시 이월 현황에 따르면, 이번 입시 이월 인원은 총 105명으로 작년 규모(33명)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가톨릭대가 17명으로 작년(2명)보다 15명 늘었다. 충남대와 건국대(충주)의 이월 인원이 각각 11명, 부산대 10명, 고신대 8명, 전북대 7명, 인제대 5명, 조선대 4명 등 대부분 지역 대학이 작년에 비해 이월 규모가 2배 이상 늘었다.

의대 증원으로 중복 합격자가 다수 발생하며 지역 대학을 위주로 수시 모집에서 인원 충원에 애를 먹은 것으로 분석된다. 수시 원서는 6장 쓸 수 있고 여러 군데 동시 합격해도 1곳만 등록할 수 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수도권 의대는 대부분 수시에서 모집 인원을 충원했다.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가천대 등 대부분 의대의 이월 인원이 ‘0명’이었다. 작년 이월 인원이 8명에 달했던 고려대도 올해 1명에 그쳤다.

정치권과 의료계는 지금껏 수시 모집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는 것을 제한해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줄이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정시 이월 인원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공표되며 이러한 주장이 실현되긴 어려워졌다.

의료계에서는 이제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 조정을 빠르게 협의해야 한다는 얘기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한 5058명으로 정했지만, 정치권과 의료계는 의학 교육 정상화를 위해 2000명 전부를 증원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존 의대 정원(3058명)만큼 뽑자는 주장과 기존 정원의 절반(1500명)만 뽑는 안, 아예 뽑지 않는 안 등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속도가 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각 대학이 조정된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심의받고, 학칙을 개정하고,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대입 시행 계획을 발표하려면 일정상 내년 2월 초까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이 확정돼야 한다. 앞으로 약 40일밖에 남지 않았다. 교육계에선 논의가 당장 시작돼도 일정을 맞추기 벅차다는 의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