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사이버대가 다문화가정 자녀, 결혼이민자, 외국인 취업자 등 이주 배경 성인만을 위한 글로벌자율학부를 신설하고 2025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한다. 언어와 문화 장벽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공부에 도전하지 못하는 이주 배경 성인들에게 맞춤 교육을 제공해 대학 문턱을 크게 낮추겠다는 것이다.

/전기병 기자

변창구 경희사이버대 총장은 지난달 24일 “이주 배경 성인만을 위한 학부를 만든 건 경희사이버대가 처음”이라며 “이주 배경 성인이 우수한 교육 인프라의 도움을 받으면 경제·사회적으로 소외되지 않고 다문화 사회 한국 성장을 이끄는 인재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5월 기준 석 달 이상 국내에 체류한 15세 이상 외국인은 156만1000명이다. 이 가운데 취업자는 101만명이었다. 모두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가 한국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늘면서 부모 따라 외국에서 온 청소년과 다문화가정 자녀도 늘고 있지만, 이들의 대학 진학률은 40.5%로 우리나라 전체 국민(71.5%)에 비해 크게 낮다.

글로벌자율학부는 이주 배경 성인과 다문화 자녀 등 약 100명을 신입생으로 뽑을 예정이다. 이들에겐 수업료 50% 감면 혜택이 제공된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공부를 주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이 많을 것을 고려해 일단 무전공(전공 자율)으로 선발한다. 입학생들은 1년간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전공을 탐색할 수 있다.

변 총장은 “경희사이버대는 ‘한국어 문화 학부’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고,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도 우수하다”면서 “한국어가 부족한 학생들도 1학년 때 교육 과정을 잘 따라가면 2학년 땐 어떤 전공을 선택하든 막힘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한국어 실력을 갖출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경희사이버대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태국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강의 자막을 제공하고, 강의 노트도 제공해 외국인 학생들의 공부를 도울 계획이다.

변 총장은 “미국이 융성한 이유 중 하나는 인종을 불문하고 능력이 있으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 미국 사회의 포용성이 세계에 알려졌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이주 배경 성인들이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서 한국 사회의 통합 의지와 장점들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변 총장은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교무처장, 인문대 학장, 대학원장 등을 맡았다. 2019년 8월부터 경희사이버대 총장을 역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