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천교육청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청사 신·증개축 바람이 불고 있다. 건물이 낡은 데다 최근 수년간 교육 공무원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육청 청사를 비롯해 학생·교직원을 위한 교육원 등을 포함하면 전국 교육청이 진행하거나 계획 중인 공사의 총비용이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학령 인구가 급감하는데 교육청은 덩치를 불리며 예산을 방만하게 쓴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전국 시도교육청 17곳에서 받은 청사 등 신·증개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진행 또는 계획 중인 공사가 41건으로 나타났다. 교육청 본청 신축 3곳, 교육지원청 신·증개축 9곳, 각종 교육 센터와 청소년 수련원, 기록관, 도서관 등 29곳이다. 교육청들은 “업무 공간 부족 해소와 학생 복지·교육을 위해 필요하다”고 하지만, “넘치는 교육청 예산을 건축 사업에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송윤혜

◇교부금 넘쳐 직원 늘리고, 건물 좁다며 신축

부산교육청은 작년 9월 부산진구 양정동에 있는 현 청사를 2031년까지 같은 구 전포동 놀이마루 부지로 옮기기로 확정하고 신청사 건립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업비는 3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역사회에서는 ‘예산 낭비’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청이 이미 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교육청 본관 옆에 별관을 지었고, 65억원을 더 들여 인근 건물과 대지도 샀는데 또 신축하는 건 낭비라는 것이다. 지난해 부산시의회에서도 “최근 청사를 확장해 놓고 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신청사를 건립하는 것이 타당하냐”(강무길 국민의힘 부산시의회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인천교육청도 1127억원이 들어가는 신청사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기존 본관과 신관 건물을 철거하고, 이 자리에 지하 2층~지상 9층 규모 신청사를 2029년까지 짓는다는 계획이다.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들의 신·증개축도 활발하다.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신축(378억원), 경북 예천교육지원청 신축(130억원), 전남 신안교육지원청 신축(171억원) 등 현재 전국 교육지원청 9곳이 신·증개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9곳 공사에만 1000억원 이상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교육청에 청사 신·증개축 바람이 부는 것은 직원 수가 너무 많아져 기존 청사로 감당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부산교육청은 “청사를 신축하지 않는 한 업무·주차 공간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했다. 실제 이 건물은 1987년 개청 당시 직원 수가 300명이었지만, 작년 거의 두 배인 580명까지 늘었다.

1127억원을 들여 신청사 건립을 추진 중인 인천교육청도 직원이 2014년 346명에서 작년 636명으로 10년 새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인천교육청은 “인천은 학교 수가 늘고 인구 유입으로 학령 인구 감소세도 더딘 편”이라며 “이 때문에 직원 수가 늘어, 오래된 기존 건물에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방 교육 공무원은 2012년 6만2810명에서 2022년 7만2368명으로 연평균 1.4% 늘었다. 지방 일반 공무원 수 연평균 증가율(0.8%)의 두 배에 가깝다. 같은 기간 초·중·고교 학령 인구는 682만명에서 539만명으로 줄었는데, 오히려 교육청 직원은 급증한 것이다. 학령 인구는 2035년이면 300만명까지 추락한다.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자금 조달에 걱정이 없는 교육청들이 학생 수가 주는 데 대비하지 않고 대책 없이 교육 공무원 수를 늘려왔다”면서 “넘쳐나는 예산으로 직원을 늘리고 다시 이를 감당하려 청사를 짓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했다.

교육청들은 매년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자동으로 예산(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배정받는다. 올해 규모는 72조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조4000억원 늘었다. 학생 수는 급감하는데 교부금은 늘어나 교육청들은 적립금을 수조원씩 쌓아둔 상태다.

각 교육청은 각종 학생·교원 교육 센터와 도서관 등 신·증개축을 위해서도 막대한 예산을 쓰고 있다. 경북 울릉미래교육센터(172억원), 광주AI교육원(406억원), 세종 학생교육문화원(176억원), 경북 구미도서관(390억원) 등 공사를 29건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은 6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청들의 청사 등 대규모 건물 건립은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가 심사·승인한다. 이 위원회 위원을 지낸 한 교육계 인사는 “직선제로 교육감을 선출하고 세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보니 ‘보상’이나 재선을 위한 ‘표 관리’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는 건설 사업이 상당수”라면서 “선출직 교육감이 ‘공약이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교육부 차원에서 제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