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모(35)씨는 두 달 전 정부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7개월은 대기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와 걱정이 크다. 올해 초 육아휴직이 끝나 복직해야 하는데 어린이집 하원 시간대 세 살 아이를 맡아줄 이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김씨는 “7개월 뒤에도 확실히 가능한지도 불투명하다고 하니 실제 이용이 가능한 건지 당황스럽다”고 했다.
아이 돌봄 서비스는 맞벌이 부모 등을 대신해 만 12세 이하 영유아를 돌봐줄 ‘아이 돌보미’를 집으로 파견해주는 여성가족부 사업이다. 이용 요금(시간당 1만2180원)은 부모 소득에 따라 15~90%까지 정부가 지원한다. 그런데 수요는 많고 인력은 적어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에 따르면,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가구는 2020년 6만7794가구에서 2023년 12만2729가구가 돼 거의 두 배로 늘었다. 그러나 아이 돌보미 인력은 2020년 2만4469명에서 2023년 2만8071명으로 정체 상태다. 이에 따라 서비스 평균 대기일이 2020년 8.3일에서 2023년 33일이 돼 3년 만에 4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이렇게 대기 기간이 늘어난 건 수요만큼 인력을 늘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지역 아이 돌봄 지원 센터 관계자는 “현재 돌보미 급여 수준으로는 수요만큼 채용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아이 돌보미 시급은 1만2180원으로, 최저임금(1만3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돌보미 대기 여부는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2023년 기준 돌보미 대기 일수가 가장 긴 대구는 53.5일, 가장 짧은 대전은 20.4일이었다. 시·도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다. 예컨대 서울의 경우, 종로구는 0~9세 아동 수가 6038명인데 아이 돌보미는 93명이 확보돼 돌보미 대 아동 비율이 1:65다. 이 지역은 수요가 몰리는 등·하원 시간대에 서비스를 신청해도 대개 1~2개월 내 이용이 가능하다. 반면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은 동작구(1:219), 서초구(1:197), 노원구(1:196) 등은 수요 대비 돌보미 인력이 부족하다. 이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1년을 기다려도 돌보미 매칭이 안 된다” “어린이집 다닐 때 신청했는데, 애가 벌써 초등학생” 같은 불만 글들이 종종 올라온다. 이렇게 지역별로 상황이 다른 건 여가부가 예산을 지원하지만, 자치구별로 기관을 지정해서 돌보미를 채용하고 서비스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해당 자치구에서 뽑은 돌보미는 그 지역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
돌보미를 관리하고 부모와 매칭해주는 행정기관에 대한 지원도 열악하다는 평가다. 한미영 동대문구 가족센터장은 “예산이 적어 센터 인력 3명이 모든 행정·민원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이미 행정 과부하 상태라 아이 돌보미를 늘려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야당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감액 예산’을 단독 처리하며 아이 돌봄 예산을 기존 정부 예산안 5134억원에서 384억원을 대폭 삭감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부족한 아이 돌보미를 늘리기 위해서는 예산이 확대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줄어 예년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돌보미 처우 개선을 위한 수당 신설, 자치구별 지원 센터 추가 지정 등 가능한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