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이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상훈 기자

“기업들이 해외의 공학 분야 인재를 채용할 때 지원자 수준이 궁금하겠지요. 각국 다양한 공대 졸업생들의 역량의 동등성을 국제적으로 서로 인정해 주는 장치가 바로 ‘공학교육인증’입니다.”

김우승(68)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은 지난 7일 “4차 산업혁명과 초연결 시대엔 국경을 넘나드는 공학 교육과 인재 선발이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한국 대학 졸업생들이 해외에서 역량을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공학교육인증 제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하 공인원)은 ‘워싱턴 협정’에 따라 인증 제도를 운영한다. 워싱턴 협정은 ‘자국 학교의 공학 교육 품질이 타국에서 동등하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1989년 체결된 국제 협약이다. 대학 공학 학위에 대한 일종의 ‘품질 인증서’인 셈이다. 한국은 2007년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현재 협약국은 미국, 영국 등 25국이다.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학과의 학생이 인증 요건을 이수하면 협약국에서 그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1월 현재 국내 대학 69곳에서 프로그램 328개를 운영 중이다.

김 원장은 “매년 국내에서 2만명 정도 인증 이수자가 나오는데, 더 늘어나야 한다”면서 “공학교육인증을 받지 못한 국내 상위권 공대 졸업생들이 호주, 캐나다 등에서 취업하려다 학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들이 속속 공인원으로 접수된다”고 말했다. 미국, 캐나다 등은 기술사 면허의 자격 요건으로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 이수 여부를 따지며, 학회 가입이나 취업할 때도 인증 이수 여부를 들여다보는 국가도 많다. 한국에선 이름이 알려진 대학이더라도 외국에선 생소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인증 이수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공인원은 외국 인재를 유치하려는 국내 대학들에도 공학교육인증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인구 감소 등으로 동남아 출신의 뛰어난 인적 자원에 대한 선진국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김 원장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학생들은 자기가 공부할 학위가 세계 각국에서 유효할지 고민하고 유학길에 오른다”며 “한국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못 찾으면 일본이나 호주 등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공학교육인증이 유학생 흡인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인증을 둘러싼 학교 현장 불만도 적잖았다. 학생들이 인증 프로그램을 이수하려면 수학·과학·컴퓨터 분야 기초 과목을 무조건 30학점 들어야 했다. 학생들은 학점 채우는 부담이 컸고, 대학 역시 관련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들의 이수 여부를 관리하는 등 행정 업무가 많아서 불만이었다. 공인원은 이런 현장 의견을 반영해 작년부터 일률적인 30학점 기준을 없애고, 학교들이 자율적으로 기초 이수 기준을 마련하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대학들이 내야 하는 보고서 분량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김 원장은 “최대한 많은 학생이 부담 없이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게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공인원은 대학에 교육 자료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김 원장은 한양대 기계공학 학사·석사를 마치고 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양대 총장을 지내던 2019년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으로 취임했다. 지난달엔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공학 교육 인증

공과대학 졸업생들이 세계 기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이수했는지 인증하는 제도. 상호 협약을 맺은 25국에서 인증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의 공대 학위를 인정해준다. 국내 인증은 사단법인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담당한다. 교육부가 인증 기관을 5년마다 지정하고, 예산도 지원한다. 대학은 프로그램별로 연간 100만원을 내면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