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일수를 못채워 고려대 의대 본과 3·4학년 110여명 유급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 11일 서울 고려대 의대에서 의대생이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고운호 기자
수업 일수를 못채워 고려대 의대 본과 3·4학년 110여명 유급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 11일 서울 고려대 의대에서 의대생이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고운호 기자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가 한창인 가운데 고려대가 수업 일수를 채우지 않은 본과 3·4학년생을 유급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유급 대상은 해당 학년의 절반 이상으로 110명이 넘을 전망이다. 의정 사태 이후 주요 의대에서 본과생에 대해 집단 유급 결정이 내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려대는 10일 오후 의대 학장 주재로 교육사정위원회를 열고 실습 수업 일수를 채우지 않은 본과 3·4학년에 대해 기존 원칙대로 유급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고대가 본과생들의 유급을 결정한 이유는 이들이 학칙에 정해진 수업 일수를 채우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마다 유급 처분 기준이 다르지만 대체로 전체 수업 일수의 4분의 1 또는 3분의 1을 이수하지 않을 경우 학장단 의결을 거쳐 유급 처분을 내린다. 고대는 수업 일수 3분의 1 이상 불출석 시 유급 대상이 된다.

이번에 유급 처분 결정이 내려진 본과 4학년의 경우 지난 3일부터 시작된 3주짜리 임상 실습에 10일까지 전체 학생의 58%(40여 명)가 출석하지 않았다. 본과 3학년은 현재까지 수업 복귀율이 20%도 안 돼 70명 이상 유급 처분을 받을 전망이다. 본과 3·4학년은 교육 과정이 실습 위주로 짜여 있기 때문에 1학기 유급이 되면 2학기 수업도 못 듣게 돼 사실상 1년을 쉬게 된다. 고려대는 통상 학생들에게 유급 통보를 학기 말에 하지만, 이번 의대생 집단 유급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통보할지는 오는 13일 회의에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에 이어 다음 주에 연세대 등 주요 의대에서도 교실 수업에 복귀하지 않은 본과생에 대한 유급 처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부분 대학이 수업에 복귀하지 않은 학생들은 원칙대로 학교 규칙에 따라 처분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 추가적으로 의대생 집단 유급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는 이르면 다음 주 중에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교육부는 학생들이 수업이 정상적으로 가능한 규모로 복귀하면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3058명)으로 돌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부 대학 총장들은 “아직 학생들 상당수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3058명으로 확정하면 안 된다”고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