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과거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로 활동할 당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치매 상태인 것을 이용해 길 할머니가 국민성금으로 받은 상금 1억원 중 7920만원을 정의연 등에 기부·증여하게 만든 준사기(準詐欺) 혐의 등으로 14일 기소됐다. ‘준사기’는 상대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범죄를 말한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윤 의원에 대해 길 할머니에 대해 준사기와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 모두 8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의원은 2017년 11월 중증 치매를 앓던 길 할머니에게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 중 500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하게 했고, 이후 2020년 1월까지 8차례에 걸쳐 2920만원을 더 기부·증여하게 했다. 윤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해외여행 경비’나 ‘조의금’ 등으로 받은 시민 성금과 위안부 피해자 쉼터 운영비 등에서 1억35만원을 빼내 개인 용도로 쓴 업무상 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윤 의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속여 보조금 3억6750만원을 부정 수령하고, 등록되지 않은 단체나 개인 계좌로 42억7000만원을 모금해 관련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기업 성금으로 경기도 안성 피해자 쉼터를 매입하면서 지인이 소개한 사람에게 시세보다 비싸게 샀으며, 이 쉼터를 시민단체·정당·개인에게 빌려주고 숙박비 9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기소는 지난 5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4개월 만에 이뤄졌다. ‘늑장 수사’ 비판도 있었으나 5월 7일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기자회견 이후 언론이 제기한 의혹의 상당수가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회계 부정 의혹과 관련해 정대협과 정의연의 감독관청 보고나 공시가 부실했던 점이 상당 부분 드러났지만 처벌할 근거 규정이 없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윤 의원은 이날 “검찰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반박문을 내고 기소 혐의 전체를 부인했다. 그는 준사기 혐의에 대해 “할머니의 정신적, 육체적 주체성을 무시한 것”이라며 “위안부 피해자를 또 욕보인 주장에 검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