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포천시에서 미군 장갑차와 추돌해 SUV 탑승자 4명 전원이 사망한 사고에 대해 경찰이 당시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운전자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운전면허 취소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나왔다는 내용의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오후 9시 30분쯤 포천시 관인면 중리 한탄강 영로대교에서 SUV가 미군 장갑차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SUV에 타고 있던 A씨 등 50대 부부 2쌍이 숨지고 미군 운전자인 20대 상병이 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SUV 운전자인 50대 남성 A씨의 구체적인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0.1% 이상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찰은 사고 당시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속 100㎞ 이상의 빠른 속도로 달려 장갑차를 추돌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 당시 시속은 에어백 모듈에 내장된 데이터 기록장치(EDR)와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추산됐다. 사고 지점인 영로대교는 시속 60㎞ 제한 구간이다.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사고 당일 영로대교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함께 타고 있던 50대 남성 B씨가 운전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경찰은 B씨에 대한 시신 부검도 국과수에 의뢰했다. A씨와 마찬가지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도 면허 취소 수준의 수치로 확인됐다. 경찰은 술에 취한 B씨가 운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A씨가 나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보고있다.
또한 경찰은 장갑차를 운행한 미군 측의 과실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사고 당시 장갑차 대열 앞뒤로 호위 차량인 ‘콘보이’가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도로교통법상 군용 차량이 이동할 때 불빛 등으로 호위하는 콘보이 차량이 꼭 동행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나, 한미협정서에 관련 규정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를 조사 중”이라며 “미군 측에 관련 내용 답변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