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학대를 주장하는 보호자들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사 결과 해당 보육교사는 아동 학대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보호자들의 잇단 민원에 일을 그만두게 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보육교사에게 욕설과 폭력을 휘두른 보호자들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7단독 백승준 판사는 업무방해와 공동폭행, 모욕 등의 혐의로 기소된 A(60)씨와 A씨의 며느리 B(37)씨에게 각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애초 검찰은 A씨와 B씨에게 벌금 100만~200만원의 약식 처분을 내렸지만 피고인들이 “폭행과 업무 방해는 없었다”면서 정식 재판을 청구해 재판이 열렸다.

A씨와 B씨는 지난 2018년 11월 B씨의 자녀가 다니는 세종시 한 어린이집에 찾아가 여성 보육교사 2명을 수차례 손으로 밀치거나 잡아당겼다. A씨 등은 “우리 아이가 보육교사에게 맞았다고 말했다”면서 항의했다. 이들은 아이를 때린 것으로 추정하는 보육교사 C(30)씨를 향해 ‘싸가지 없는’ ‘거지같이 생겨가지고’ ‘웃지 마 X년아’라며 욕설과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하지만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혐의는 지난해 3월 29일 검찰에서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다. 검찰은 어린이집 내 방범카메라 녹화 영상을 분석하고 아이의 진술을 들어봤지만 아동 학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도 “아동 학대 혐의가 없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아이의 엄마인 B씨는 검찰의 결론이 나온 이후에는 세종시에 해당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보육료를 부정 수급하고 있다’는 등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민원이 이어지자 어린이집 원장은 보육교사 C씨에게 퇴직을 요청했다. 일을 그만두게 된 C씨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백 판사는 “계속되는 민원에 어린이집 운영이 어려워지자 원장은 C씨에게 나가줄 것을 부탁했고 C씨는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됐다”고 했다.

백 판사는 “피고인들을 징역형으로 엄중히 처벌함이 마땅하나 형사소송법에 따라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면서 “법률상 범위 내에서 벌금 액수를 상향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 등은 벌금 2000만원 판결에 불복해 최근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