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모의 학대를 받아 생후 16개월만에 숨진 정인이의 생전 모습. /SBS 캡처

생후 16개월된 입양아 ‘정인이'를 숨지게 한 양부모의 잔혹한 학대 행위는 검찰의 수사 자료에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6일 서울 남부지검의 공소사실 요지에 따르면, 양모는 상습적인 폭행으로 정인이 몸 곳곳을 골절 시키고 배 안에 600㎖ 가량의 출혈이 발생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해고된 양부도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데도 팔을 꽉 잡고 강제로 손뼉을 강하고 빠르게 치게 하는 등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남부지법이 13일 양부모의 아동학대 치사 등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을 여는 가운데 검찰은 사인 재감정을 통해 살인 혐의 적용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검찰 공소사실 요지에 따르면, 정인이의 양모는 작년 6월부터 10월 정인이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정인이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폭행으로 정인이는 쇄골과 갈비뼈, 넓적다리뼈 등이 부러졌고 머리부위에도 타박상을 입었다. 사망 당일인 10월13일에는 정인이의 등 부위에 강한 둔력을 가해 췌장이 절단돼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받고있다.

양모는 작년 8월 정인이가 타고 있던 유모차를 강하게 밀어 엘리베이터 벽에 부딪치게 하는 등 5차례에 걸쳐 정서적인 학대를 가했고, 작년 3월부터 10월까지 15차례에 걸쳐 정인이를 집 안이나 자동차 안에 혼자 방치한 혐의도 받고있다. 정인이가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몸무게가 줄고 건강이 극도로 쇠약해졌지만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지 않은 것도 검찰은 아동유기·방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인이의 양부가 저지른 아동학대 혐의도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검찰에 따르면 양부는 작년 4월 정인이가 우는데도 반복적으로 정인이의 팔을 꽉 잡고 강제로 손뼉을 강하고 빠르게 치게 하는 등 정서적으로 아동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또 아내가 정인이를 집에 혼자 방치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아내와 함께 공동으로 정인이를 차 안에 방치하기도 했다. 아내의 지속적인 폭행으로 정인이의 몸이 극도로 나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있다.

양부모를 기소한 검찰은 지난달 법의학자 3명에게 정인이 사인을 재감정해달라는 의뢰를 했다. 재감정 결과에 따라 양모에게 적용했던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살인 혐의로 바꿀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의사단체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이 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해야한다는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정인이 양부모의 재판 절차는 오는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남부지법은 6일 “방청객이 몰릴 경우 코로나 확산이 우려돼, 당일 추첨을 통해 방청권을 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는 “정인이 양부모를 엄벌해달라는 진정서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들어오고 있다”며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해 증거를 모두 심리하고 유·무죄 판단을 하기 전까지 진정서를 보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