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음주운전을 하다 가로등을 들이받아 6세 아이를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 권경선 판사는 1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혐의를 받는 김모(59)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김씨에게 ‘윤창호법’을 적용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윤창호법은 2018년 개정⋅시행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험운전치사⋅치상)’과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최소 3년 이상의 징역,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김씨는 지난 9월 6일 오후 3시 30분쯤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하다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가게 앞에 세워져 있던 가로등을 들이받아 쓰러뜨렸다.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햄버거를 사러 들어간 엄마를 기다리던 이모(6)군은 이 가로등에 머리를 맞아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김씨는 당시 조기 축구를 하고 뒤풀이 자리에서 술을 마신 후 운전대를 잡았다. 사고 후 측정된 김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44%로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은 음주를 한 상태로 졸음운전을 하다 도보를 침범해 가로등을 세게 들이받아 쓰러뜨렸고, 그 결과 만 6세에 불과한 피해자 A군이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사망했다”며 “가까운 곳에서 사고 장면을 목격한 이군의 형과 어머니는 큰 고통을 받았다”고 했다. 또 “피고인은 2005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적이 있어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며 “단 피해자 가족이 피고인을 용서하지 않았고 연락처를 남기는 것도 원하지 않아 전달되진 않았지만, 사고 직후 거듭해서 사망한 피해자와 가족에게 죄송하는 마음을 전하려 한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징역 8년에 처한다”고 했다.
판결이 내려지자 유족들은 형량이 가볍다며 반발했다. 이군 유족은 법정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8년이 뭐냐”며 “어떻게 갓난애기가 죽었는데, 올해 초등학교에 가야 하는 애인데”라며 오열했다. 재판이 끝난 후에도 유족 측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검찰 구형보다 2년 낮게 선고했다”며 “반성문을 쓰고 자동차 보험에 가입됐다고 형량을 낮춰주는 것이 말이 되는 판결인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