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세 여아 친모로 알려진 '외할머니' B씨가 11일 오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뉴시스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만 2세 A양의 친모가 유전자(DNA) 검사 결과 애초 외할머니로 알려진 석모(51)씨로 나오면서 사건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석씨가 A양 친모”라고 밝혔지만, 석씨는 “나는 딸을 낳은 적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석씨의 딸 김모(22)씨는 여전히 A양을 자신의 딸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DNA 검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남는 의문은 한둘이 아니다. A양의 진짜 어머니는 누구인지, 경찰이 의심하는 것처럼 석씨가 자신이 낳은 A양을 딸이 낳은 외손녀와 바꿔치기한 것인지, 그렇다면 왜 아기를 바꾸었고, 어떤 방식으로 바꾸었는지···.

①48세 석씨, 임신·출산 가능했나

석씨의 딸 김씨는 2018년 1월 딸을 출산했다. 경찰은 비슷한 시기 석씨도 출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그의 나이 만 48세였다. 전문가들은 폐경기에 가까울수록 출산율이 낮지만 임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보통 폐경기는 50대 전후지만 생리를 하고 난자가 나올 경우 임신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박경동 효성병원 이사장은 “난소 기능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50세가 넘어서도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②남편이 석씨 임신·출산 모를 수 있나

석씨와 남편은 구미시 상모사곡동 빌라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빌라 위층 딸 김씨가 살던 집에서 A양 시신을 발견할 때도 두 사람이 함께 갔다. 석씨는 DNA 결과가 나온 뒤에도 “나는 출산한 사실이 없다”며 출산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데, 함께 사는 남편에게 과연 9개월 이상 임신과 출산 사실을 숨기는 게 가능할까. 물론 남편이 석씨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모른 체했을 가능성도 있다.

구미 여아 사망사건, DNA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아이를 낳은적이 없다며 출산 사실 부인하였다.

③왜 굳이 출산 사실 숨겼나

석씨가 혼외 임신을 했기 때문에 임신·출산 사실을 숨겼다면 남편과의 부부 관계를 파탄내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했다는 의미다. 그렇더라도 몰래 출산한 A양을 자신의 외손녀와 바꿔치기하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행태다. 오히려 임신한 아이가 남편과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라고 속이는 게 더 쉬운 길이다.

④증발된 석씨 병원 기록

석씨의 딸 김씨가 2018년 1월 출산한 사실은 병원 기록과 담당 의사의 증언으로도 확인된다. 그러나 석씨의 임신·출산과 관련한 병원 기록은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아직 석씨의 병원 기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씨가 조산원이나 집에서 출산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임신·출산 전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게 가능할까. 경찰 관계자도 “DNA는 일치하는데 병원 진료 기록이 없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남편이 아닌 남성과 사이에서 얻은 자식임을 알고 있을 석씨가 다른 사람 명의의 건강보험으로 병원을 이용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⑤딸 부부 속이고 아기 바꿀 수 있나

경찰은 지난 11일 김씨의 딸을 빼돌린 혐의로 석씨를 구속했다. 석씨가 자신이 낳은 A양과 김씨의 딸을 바꿔치기했다는 의미다. 김씨와 그의 전남편이 모두 A양과 친딸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점도 의문이다. 김씨가 전남편과 헤어진 시점은 지난해 4월쯤으로, 출산 전후인 2018년 1월에는 두 사람이 함께 살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와 전남편 모두 A양이 숨진 이후에도 A양을 자신의 친딸로 알고 있었다. 김씨 전남편은 지난 11일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자신이 ‘처제’를 키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가 모두 친자식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석씨는 어떻게 딸을 바꿔치기했을까. 경찰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⑥A양의 친부는 누구

국과수가 진행한 총 4번의 검사에서는 모두 석씨가 A양 친모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석씨의 남편은 친부가 아니었다. 물론 김씨의 전남편도 아니었다. 경찰은 석씨의 내연남으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의 DNA도 검사했지만 두 사람 모두 A양 친부가 아니었다. DNA 검사로는 A양 친모가 석씨라는 사실만 확인됐을 뿐 친부는 누구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⑦김씨가 낳은 딸은 어디에

전문가들은 석씨가 딸을 바꿔치기했다면 그 행동이 일반적인 범죄 심리와 거리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출산 직후 자신의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 그 아이를 숨지게 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지, 아이를 바꿔치기하며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석씨와 김씨 두 모녀 모두 일을 저지르고 수습하지 못하는 특성을 보였다”며 “석씨는 A양이 친딸이란 사실이 알려진다는 결과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김씨가 낳은 딸(석씨 외손녀)의 행방이 의문이다. 살아 있다면 세 살이다. 경찰은 입양 및 사망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