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삼방리의 한 농장 컨테이너. 이날 오전 10시5분쯤 LH 파주 사업본부 직원 A(58)씨가 본인 소유 토지인 이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를 동네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전날 LH 고위 간부 B(56)씨가 경기도 성남시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데 이어 두번째다.
13일 찾은 현장은 철제 울타리로 굳게 잠겨 있었고, 컨테이너 앞에는 A씨 소유로 추정되는 검정색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다. 밭에는 배추와 파가 심어져 있었고, 퇴비와 분무기 등 농사를 지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A씨의 극단적인 선택에 동네 주민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 C(66)씨는 “오전에 사람이 죽었다는 주민 얘기를 듣고 내가 112, 119에 신고했다”며 “A씨와 농장 근처에서 주민들하고 소주도 한 잔 한 적이 있는데 과묵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이어 “A씨가 산 땅은 바로 앞에 전기 송전탑이 있어 땅 전문가라면 안 살 땅”이라고 했다.
지역 노인회장 D씨는 “오전에 소방, 경찰이 왔다갔다”며 “4~5년 전쯤부터 (A씨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주말이면 와서 농사를 지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A씨가) 가끔 부인하고 와서 농사도 짓고, 오며가며 인사하던 사이”라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 지나가다 상추도 따주고 호박도 따주고 주민들 농사일도 도와주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A씨는 이날 새벽 가족과 통화한 뒤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A씨 유가족을 상대로 A씨의 사망 원인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정부 합동조사단이 수사 의뢰한 LH 직원 20명은 물론 경찰의 투기 관련 내사·수사 대상 100여명에도 포함되지 않은 인물이었다.
다만 경기북부경찰청에 최근 A씨의 투기 의혹에 대한 첩보가 접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내용(첩보)만 들어왔을 뿐 제대로 검토조차 안했던 사안”이라며 “첩보를 받고 사실관계 확인 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싶으면 내사에 들어가는데, 이번 건은 시작도 안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컨테이너는, 그가 2019년 2월쯤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지는 2016년에 구매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소유 땅은 3기 신도시 개발 예정부지나 2기 운정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지구와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며 “현재 LH 직원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고 있어서 더 살펴볼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