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A씨가 4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목과 왼손에는 보호대를 착용했다../뉴시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20대 남성이 4일 구속됐다. 이 남성은 살인을 저지른 후 사흘간 시신과 함께 범행 현장에 머무르며 밥과 술을 챙겨 먹는 등 엽기적 행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북부지법 박민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오후 피의자 김모(25)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20분 만에 마친 뒤 영장을 발부했다. 박 판사는 “도망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5시 30분쯤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A(25)씨의 집에 택배 기사를 가장해 들어가 홀로 있던 A씨 여동생과 5시간 후쯤 귀가한 A씨 어머니, 그로부터 1시간 뒤 돌아온 A씨를 연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살인을 한 이후 경찰에 검거될 때까지 사흘간 외출하지 않고 세 모녀의 시신이 있는 A씨 집에 머물며 밥을 챙겨 먹고, 집에 있던 맥주 등 술을 마시는 엽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목과 팔목, 배 등에 칼로 수차례 자해를 한 상태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친구와 이틀째 연락이 안 된다’는 A씨 친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집 안에서 세 모녀의 시신을 확인했다. 경찰은 ‘만나달라는 김씨의 요구를 A씨가 들어주지 않자, 지난 1월부터 스토킹을 해왔다’는 A씨 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수사 중이다. 김씨는 범행 전 A씨와 연락을 주고받던 중 A씨가 실수로 집 주소를 노출하자 찾아가 만나려고 한 적이 있고, 자신의 연락처가 차단되자 다른 전화번호를 이용해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병력(病歷)은 없지만, 과거 다른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살인 등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후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죄송합니다”란 말만 반복했다.

경찰은 범죄 심리 분석을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하고, 필요할 경우 사이코패스 검사도 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지난달 29일 올라온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원이 이틀 만에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서울경찰청은 5일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김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