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주년 세계 노동절인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민주노총 노동절 집회 참가자들이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관 방향으로 마포대교를 건너 행진을 하려하자 경찰이 막아서며 대치하고 있다./뉴시스

근로자의 날인 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신고된 집회 참가 인원을 초과한 불법 집회를 강행했다. 집회 현장 곳곳에선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등 방역수칙 위반 행위가 목격됐다. 경찰은 “집회 주최자를 집시법 및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노총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제131주년 세계 노동절 대회’를 열고 “하반기 110만명의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으로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재벌과 대기업은 연일 사상 최대 매출과 이익을 남겼다고 떠든다”며 “그러나 재난은 노동자를 또다시 거리로 내몰고, 위기는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가혹하다”고 비판했다.

◇여의도에만 9명씩 ‘쪼개기 집회’ 36건 신고...경찰 “신고인원 준수하라”

민노총 등 13개 단체는 이날 여의도 일대에 각각 9명씩 모이는 ‘쪼개기 집회' 36건을 신고했다. LG트윈타워 주변에서 약 30m 간격으로 집회를 신고했고, 건설노조 수도권북부지역본부도 여의도공원 일대에 간격을 두고 21개의 집회 신고를 했다. 또 단체들은 LG트윈타워→마포대교→공덕역→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관으로 이어지는 행진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경찰은 집회 신고 장소가 ‘집회 금지구역'에 해당하지 않고, 신고 인원도 9명 이하라 이들 집회를 금지하진 않았다. 다만, 신고 인원을 준수하고, 집회 규모에 맞는 소형 무대를 사용하며, 방역당국의 결정에 따라 집회를 금지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주최측에 통고했다.

◇50명 집회 참여, 인도엔 수십명씩 모여…‘일시 행진’ 시도하다 일대 혼란도

하지만 현장에선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 집회에는 50여명이 참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9명씩 5~6개 대열이 30m 간격을 준수하기로 했는데, 민노총이 오전 5시부터 50~60명을 동원해 경찰 펜스 설치를 방해했다”며 “부득이 (50여명이 모여)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3차례 강제해산을 요구했다.

제131주년 세계 노동절인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민주노총 등 노동절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인근에는 행진을 기다리는 집회 참가들이 수십명씩 거리두기 없이 모여있었다. 이들은 인도를 가로막고, “비정규직 철폐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오후 2시 30분쯤엔 마포대교 앞에서 행진을 거리두기 없이 행진하려는 집회 참가자들과 이를 막는 경찰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행진 경로를 막고 “10인 이상 모이는 등 불법 집회를 하고 있으니 지체없이 해산해달라”며 자진 해산을 요구했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기습적으로 마포대교 남단 차도로 뛰어나가 일시 행진을 감행했다.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참가자들로 마포대교 사거리 일대에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 “‘불법 집회' 주최자 수사 진행 예정”

경찰은 이날 인원을 초과한 불법 집회를 벌인 것과 관련해 집회 주최자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된 인원을 초과하여 집시법과 방역수칙을 위반한 집회주최자 등에 대해 집시법 및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신속히 출석요구하여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주말 중 출석요구대상자를 선별해 3일 출석통보를 하겠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날인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제131주년 세계노동절대회에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이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9명씩 행진 인원을 제한하려는 경찰과 잠시 충돌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근로자의 날을 맞아 여의도 외에도 도심 곳곳에서 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정규직 이제 그만 1천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중구 서울고용노동청까지 행진했다. 서비스연맹은 오전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 모여 유통업계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마트산업노조는 광화문 인근과 명동 백화점 등에서 대형마트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