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인근 이슬람 사원(모스크) 설치와 관련해 예정 부지 주변에 거주하는 대현동 주민들이 모스크 설치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2월부터 대현동에선 주거 밀집 지역에 이슬람 사원이 생기면 소음과 쓰레기 등 각종 불편이 야기된다는 주민 측과 사원을 건립하고자 하는 건축 관계자들이 갈등을 겪어왔다. 최근 달성군 이슬람 사원에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 역시 주민들의 불안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20일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허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관계자 40여명은 경북대 서문에서 대구시와 북구청에 대해 “이슬람 사원 건축 허가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또한 “라마단 기간에 발생한 코로나로 대구 달성군 등 이슬람 사원 등지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면서 “(무슬림들이)대현동 기도처에도 평일 하루 5회 기도회를 하러 모이는데 지역 주민 안전을 위해서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9월 28일 대구 북구청은 대현동 경북대 서문 인근 주택 밀집 지역에 모스크 건축을 허가했다. 2종 근린 생활시설 용도로 건축허가를 받은 이곳은 연면적 245.14㎡로 지상 2층 규모 모스크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사가 진척되면서 건물의 정체를 알게된 대현동 주민들이 건축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북구청에 제출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모스크가 ‘ㄷ’자 형 밀집 주택가 가운데에 위치하는 형태”라면서 “하루에 5번 기도하면서 발생하는 이슬람 종교의 소음을 주민들이 왜 고요해야 할 집에서 견뎌야하나”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주택가에 드나들면서 발생할 생활 쓰레기와 악취, 공간 부족 역시 주민들이 꼽은 불편 사항이었다.
결국 지난 2월 16일 주민들의 탄원을 받아들인 모스크 건축 관계자 측에서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이들은 공사 재개를 위해 주민들을 설득하려했으나, 양 측의 입장은 조율되지 못한 채 3개월 넘는 시간이 흘렀다.
대구지역 시민단체와 학계에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며 주민들과 반대되는 의견을 보였다. 대구참여연대와 경북대 민주화교수협의회 등은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종교적·문화적 편견과 혐오에 기반을 둔 주장은 종교 다원성과 문화 다양성이라는 보편적 시대정신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집회에서 주민들은 “외국인을 차별·혐오하자는 것이 아니라 주민에게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고국을 떠나 고생하는 유학생들이 종교활동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현장 실사나 공청회도 없이 일반 가정집 옆에 종교 시설을 건축하게 만든 북구청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의 생존권, 재산권, 행복추구권이 침해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북구청은 지난 3월 24일 모스크 건립 찬성과 반대 측이 의견을 협의할 수 있도록 ‘제1차 이슬람 사원 민원중재회의’를 열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북구청 관계자는 “오는 6월 중 다시 회의 일정을 잡아 이견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