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해 11월 이용구 법무부 차관(당시 변호사 신분)이 택시기사를 폭행했을 때 그가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인사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이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진상조사단은 당시 사건을 조사한 서초경찰서 경찰관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서초경찰서 형사과장이 업무용 컴퓨터로 이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기사를 검색한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과장뿐 아니라 서초경찰서장 등도 이같은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조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이 차관이 단순 변호사라는 점만 알았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거짓 해명인 셈이다. 이에 대해 당시 서초서 형사과장은 “몰랐던 내용도 있고 하고 싶은 말도 있지만 지금 조사 중이라 말씀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서초서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실제 이 차관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됐다. 서초서 형사과장이 이 차관에 대해 인터넷에서 검색한 건 11월 9일이다. 이날은 피해자인 택시기사를 조사하기로 한 날이다. 또 이날은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 마감일이기도 했다. 결국 이 차관은 후보자에 포함되진 않았다.
이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내사종결로 마무리됐을 때부터 서초서 지휘라인에서 이 차관이 유력인사라는 걸 몰랐을리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서초경찰서의 ‘직속 보고 라인’인 경찰서장(사시 44회)과 형사과장(48회)이 모두 사법시험 출신이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조타운을 관할하는 서초경찰서 지휘부가 이 차관을 몰랐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이 차관이 유력인사라는 걸 알았던 서초서 간부들이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관에게 압력을 행사한 부분은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직무배제된 인물은 담당 조사관이었던 A경사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