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의 유가족이 “술자리를 갖거나 술버릇이 있는 모든 아이들은 다 죽어서 돌아올 거라고, 그래도 마땅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은 없을 것”이라며 “부모로서 자식의 죽음의 원인을 알고자, 진실을 말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26일 손씨의 아버지 손현씨는 입장문을 내고 “처음 실종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정민이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다 했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정민이를 찾을 수 없었고, 기댈 곳은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친구) A밖에 없었다”며 “처음 A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심도 갖지 않았고, 오히려 ‘너도 많이 놀랐겠다’ ‘자책하지 말고 (최면수사에) 편히 임해서 정민이 찾을 수 있게 꼭 도와달라’ ‘오랜 시간 힘들었을 텐데 애써줘서 고맙다’ 등 배려하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했다.
아버지 손씨는 “그러나 실종 사흘째 되던 날, 우연히 경찰관을 통해 A와 그 가족이 실종 당일 오전 3시 37분쯤 부자 간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숨긴 것을 알게 됐고, 이 외에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A와 그 가족의 여러 행동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씨의 술버릇에 대해 “이전에도 두 차례 경찰에 위치추적을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술에 취하면 잠드는 정민이 술버릇 때문”이라며 “모두 2019년 신입생 때의 일”이라고 했다. 한 번은 집 앞까지 와서 상가 화장실을 이용하다 잠이 들었고, 한 번은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잠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 일로 주의를 주고 사고방지와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 위치 앱을 설치했다고도 했다.
아버지 손씨는 “(실종 당일) 오전 1시 24분에는 (아들이) ‘주위에 사람이 많고, 술을 더 안 먹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고 이렇게 답이 오는 날은 더 이상 먹지 않고 곧 들어오기를 어긴 적이 없어 마음을 놓았다”며 “그 날은 2월부터 격주로 계속되던 시험과 6주 간의 해부학실습과정이 끝난 첫 주말이어서, 한강공원에 나간다는 걸 말릴 수 없는 상황이었고, 사람도 많고 술도 더 먹지 않고 있다는 아이에게 서둘러 귀가를 종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실족 가능성과 혈중알코올농도에 대해서는 “정민이가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술에 취해 있었다는 점이 밝혀지면 혼자서 한강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은 더욱 명확해질 것이어서 굳이 (정민이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의도적으로 감출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며 “다만 경찰에서 이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고, 경찰로부터 익사 주검의 경우 부패 등으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을 들어 ‘만취상태’로 답을 대체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소 수영복 등 장비를 갖추고 안전이 담보된 곳에서 여럿이 함께 하는 수영 외에는 즉흥적으로 바다, 강에 들어간 적이 없고 평소 물을 즐기지 않는 성향”이라며 “쌀쌀한 날씨에 어두운 한강을 혼자 들어갔다는 것은 술에 취한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주변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지형을 고려할 때 실족으로 인한 익사의 가능성도 없다고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입장문에서 손씨의 유족은 경찰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고도 했다. 유족 측은 “유일한 관련자인 A에 대한 조사는 늦었다”며 “진술 외에 (A에 대한) 혈중알코올농도, 몸의 상처, 다툰 흔적 등은 조사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중요한 증거품인 신발, 티셔츠는 실종 다음날 버려져 경찰에 제출되지 않았고, 나머지 의류·노트북 등도 실종 10일째가 돼서야 제출됐다고도 지적했다. 아버지 손씨는 “실종 당일 소지하고 있었던 아이패드는 실종 15일째가 돼서야 제출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에 대한) 영상 분석, 거짓말탐지기, 프로파일러 추가면담 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