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이 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돼 사망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건과 관련한 중간 수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경찰이 이 사건 관련 공개 브리핑을 연 것은 처음이다. 그가 숨진 채 발견된 지 27일 만이다. 취재진 44명이 참석했다.

손씨는 지난달 24일 밤 친구 A씨와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만나 이튿날 새벽까지 잔디밭에서 술을 마시다 실종됐다. A씨는 25일 새벽 4시 30분쯤 “잠에서 깨보니 손씨가 없어 집에 간 줄 알고 혼자 집에 왔다”고 했다. 손씨는 그로부터 닷새 만인 지난달 30일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손씨 사인은 익사로 추정된다”는 부검 결과를 내놨지만, 손씨 가족과 일부 네티즌들은 그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 마련된 고(故) 손정민씨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손씨는 지난달 25일 서울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고 실종돼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경찰청은 27일 손씨 사망과 관련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기존 의혹을 정리하는 데 그친 이날 경찰 브리핑에 대해“결국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김지호 기자

하지만 이날 브리핑에서 가장 큰 관심사인 손씨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대신 경찰은 그간 수사 진행 상황을 상세히 밝힌 A4 용지 23장 분량의 문서를 내놨고, 이를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도 공개했다. 한 경찰은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 상황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건 처음 본다”고 했다. 여기엔 사건 개요부터 한강 수중 구조 분석도(圖), 목격자 조사, 손씨와 한강공원에서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에 대한 수사 상황, 네티즌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Q&A(질문·답변) 등 경찰의 수사 상황이 상세히 담겼다.

경찰은 내부적으로는 손씨에 대한 타살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청 한원횡 형사과장(총경)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수사한 상황으로는 범죄 관련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다”고 했다. 인터넷 등에서 손씨 친구 A씨를 사실상 범인으로 단정 짓는 등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여론 눈치를 보느라 모호한 입장만 발표한 것이다.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도 논의를 거쳐 전날 밤 10시 25분쯤 급하게 중간 수사 발표 계획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서초경찰서 강력팀 7개 팀, 35명 전원을 투입해 한 달 가까이 수사를 지속하고 있다. 이달 4일부터는 서울청 기동대 1개 중대와 한강경찰대, 서초서 직원 등 40여명을 동원해 3주 넘게 한강에서 손씨 친구 A씨가 분실했다는 휴대폰을 찾고 있다. 특수 장비를 갖춘 해군까지 동원한 상태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라 경찰이 총력을 기울이다시피 한 것이다. 그 사이 서초서 관내에서 발생하는 긴급 강력 사건은 형사팀에 맡기는 식으로 임시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한 달 가까이 강력팀 전원이 동원돼 다른 사건 처리에 상당한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체제를 오래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나름대로의 결론을 밝히지 않은 채 누구를 몇 번 조사했다는 등의 내용만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어 경찰 불신과 책임 회피에 대한 비난만 커질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