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수사해 단죄한 박영수 특별검사가 외제차 렌트 의혹으로 7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박 특검의 사의 표명은 지난 4일 포르쉐 렌트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가 7일 사의를 밝혔다. 그는 사기 혐의로 구속된 김모(43)씨로부터 포르쉐 차량 등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표를 냈다. 그는 지난 5일 “(포르쉐 렌트비) 250만원을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해명했지만, 차를 빌린 지 3개월이 지난 뒤 돈을 지급한 것이어서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 이후 관련 재판 업무를 맡아왔던 박 특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특검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해 퇴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 특검의 추천으로 임명된 특별검사보 2명도 함께 사의를 표했다.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씨는 배에서 급속 냉동시킨 이른바 ‘선동 오징어’ 사업을 한다며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 등 피해자 7명으로부터 116억2000여만원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지난 3월 구속됐다. 하지만 오징어 사업은 전혀 실체가 없었다고 경찰은 말했다. 그는 앞서 또 다른 사기 사건을 저질러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됐지만, 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의 첫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풀려났다. 이후 수산물업체 부림물산 대표, 한국3대3농구위원회(KXO) 회장 등의 명함을 들고 전방위로 인맥을 확장했다. 수억원에 달하는 수퍼카를 타고 다니며 1000억원대 자산가 행세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림물산은 실체가 없는 유령 회사였고, 그는 KXO 회장직에서도 찬조금을 내지 못해 취임 8개월여 만에 해임됐다.

김씨는 인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유력 인사들에게 선물이나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가 독도새우, 대게 등의 선물을 준 인사가 최소 28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에는 박 특검, 김무성 전 의원, 박지원 국정원장, 주호영 의원, 정봉주 전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김정재 의원, 홍준표 의원 등은 김씨와 만난 것을 먼저 공개하기도 했다.

경찰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현직 부장검사 이모씨와 경찰서장 배모씨,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변인을 지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TV조선 엄모 기자 등을 입건한 상태다. 이 검사는 고급 시계, 배 서장은 식사 접대와 함께 넥타이, 벨트 등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위원과 엄 기자는 각각 중고 골프채와 렌터카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엄 기자는 자신이 김씨 회사의 홍보 모델을 해준 대가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몇몇 언론사 기자들이 김씨에게 선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내사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나 언론인 등이 직무와 관련 없이 1회 100만원 또는 한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고급 시계 등 비교적 고가의 선물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이 법률을 적용할 대상은 현재로선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가 투자 사기로 편취한 116억여원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수사가 확대될 여지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가로챈 돈의 용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