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난을 당했다. 구조를 요청한다. 밤을 새웠다. 주마(등강기·고정된 줄을 타고 오르게 하는 등반장비) 두 개, 무전기가 필요하다. 많이 춥다.”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57) 원정대장이 브로드피크(8047m)를 등정하고 하산 도중 추락해 실종된 후 하루가 지난 20일 김홍빈 사고수습대책위원회가 전한 김 대장과 마지막 통화 내용이다. 광주광역시와 산악연맹, 장애인체육회 등으로 구성된 대책위는 이날 광주 서구 광주시청에서 김 대장의 등반과 사고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5시 55분 김 대장이 다급하게 위성전화를 했다. 부산에 있는 후배 산악인 조벽래씨가 전화를 받았다. 김 대장이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고봉(高峰) 14개 중 마지막으로 브로드피크를 등정하고 하산하다 조난을 당하고 약 6시간 만이었다. 정상에 함께 오른 ‘고소 포터’(높은 장소까지 등산을 안내하는 현지인)들은 미리 내려가고, 맨 나중에 혼자 내려가던 중이었다. 조씨는 곧바로 히말라야 베이스캠프로 연락했고, 현지 캠프 각국 연락관들이 등반 중이던 산악인들에게 구조 요청을 했다.

구조에 나선 러시아인이 이날 오전 11시쯤 김 대장을 발견했다. 피길연 광주산악연맹회장은 “러시아 구조대원이 김 대장을 끌어올리고, 김 대장도 다시 빙벽을 오르려던 중 로프가 끊겨서 추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해발 7800m 지점에서 북쪽 중국령(領)으로 추락했다. 절벽으로 1000~1500m 낭떠러지다. 임형칠 광주전남등산학교 이사장은 “산소가 30% 수준 이하에서 체력이 바닥난 가운데 저체온 상태에 놓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 회장은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주파키스탄 대사관과 주중국 대사관을 통해 양국에 수색 헬기 등 구조대 파견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육군 항공구조대 헬기를 급파해 수색할 예정이지만, 기상이 악화하면 헬기 투입이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안타깝게도 수색 관련, 특별히 진전된 소식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 대장의 실종에 대해 “참으로 황망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희망을 갖고, 간절한 마음으로 김 대장의 구조와 무사 귀환 소식을 국민들과 함께 기다리겠다”며 “국민들께서도 그의 안전을 함께 빌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