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을 앓고 있는 50대 아버지를 간호하다 ‘회복할 희망이 없다’는 이유로 굶겨 죽인 20대 아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13일 대구지법 형사 11부(재판장 이상오)는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2)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5월 자택에서 거동을 할 수 없는 부친 B(56)씨에게 8일간 음식 공급을 중단해 사망하도록 내버려둔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과정에서 A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아버지를 간호하며 사는게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A씨는 부친과 단둘이 살았던 외동아들이었지만 별다른 직업은 없었다.
이들 가정의 비극은 지난해 9월, 부친 B씨가 지주막하출혈 등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게 되면서 시작됐다. B씨는 7개월간 치료를 받았지만 병원비는 고스란히 B씨의 동생 C씨가 충당했다.
C씨가 더 이상 병원비를 낼 수 없게 되자 A씨는 부친의 퇴원을 결정했다. 병원에서 “지금 퇴원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했던 A씨에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퇴원 당시 부친 B씨는 왼쪽 팔다리가 마비돼 자력으로 움직일 수 없었고, 코에 삽입한 호스를 통해 위장으로 음식물을 공급하는 ‘경관 급식’ 형태로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2시간마다 체위를 바꿔야 했고, 폐렴으로 인한 호흡 곤란을 막기 위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위중한 상태였다.
A씨는 퇴원 당일엔 병원 안내대로 부친에게 약과 물, 음식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튿날 A씨의 마음은 변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A씨는 “(부친이 회복할 것이란)기약 없이 매일 2시간 간격으로 돌보며 살긴 어렵고, 경제적으로도 힘드니 돌아가시도록 내버려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그날부터 부친에게 처방약을 주지 않았고 하루 3개를 먹어야 하는 치료식도 일주일간 총 10개만 제공했다. 그마저도 부친 B씨가 “배고프다” “목이 마르다”며 자신을 부를 때에만 준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5월 1일부터 8일간은 작정하고 부친이 사망하기만을 기다렸다. 이 과정에서 부친 B씨는 “아들, 아들아”라고 A씨를 부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A씨는 이를 듣고도 외면했다.
부친이 사망하기 직전 A씨가 방에 들어갔을 때, B씨는 눈을 뜨고 있었지만 아들에게 더 이상 물이나 밥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A씨가 생전에 본 부친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B씨는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이 발병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부친이 사망한 뒤 119구급대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B씨의 시신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고 A씨를 수사하면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재판부는 “A씨가 부친의 사망을 적극적으로 의도했다고 보긴 어렵고, 포기와 연민의 심정이 공존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적으로 A씨의 보호를 필요로 했던 부친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를 방치한 만큼, 동기와 경위가 어떻든 엄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