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중국어 교사 선발이 시작된 이래, 중국어 교사를 단 한 명도 선발하지 않은 해는 없었습니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같은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주 각 시·도 교육청이 발표한 2022년도 중등교원(중·고교 교사) 선발 예정 공고를 종합해보니, 전국 중국어 과목 교사의 전체 선발 인원이 ‘0명’이었기 때문이다. 2020년도엔 43명, 2021년도에는 33명이었다. 단 한 명도 뽑지 않은 건 24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임용고시 준비생들 사이에선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래엔 중국어가 필수라더니 왜 이런 것이냐”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건지 모르겠다” 등 하소연이 나온다.
유망 언어로 꼽혔던 ‘중국어 기피’의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선 중·고교 교사들은 10대 학생들이 중국어를 외면한다고 말한다. 중국어는 일본어, 프랑스어 등과 함께 선택 수강이 가능한 ‘제2외국어’ 과목이다. 서울의 한 고교에서 중국어 기간제교사로 일하는 우모(26)씨는 “학생들이 중국어의 성조(聲調·음의 높낮이)나 간자체를 어려워하는 데다, 선택 인원이 적다 보니 다른 과목에 비해 내신을 따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있다”고 했다. 특히 2023년부터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춰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 것도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의 선택권이 넓어진 상황에서, 중국어 외에 다른 교과들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고 했다.
최근의 반중(反中) 정서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어 교사는 “학생들이 보는 유튜브나 SNS에서 ‘동북공정 이슈’, ‘알몸김치 사건’ 등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부각되다 보니 학생들이 중국어 선택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고 했다.
‘0명 선발’ 방침에, 중국어 교육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중국어 교사 임용을 준비해 온 기간제 교사 권모(32)씨는 “중국어를 선택한 이후 주변에서 ‘중국어는 전망이 있어서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젠 그 반대”라며 “중국어의 미래는 아직 유망할지 몰라도 중국어 교육의 미래는 어두운 것 같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16년째 중국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하(64)씨는 “10년 전에는 중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로 학원이 바글바글했는데 지금은 구멍가게 수준”이라며 “과거엔 중국어만 할 줄 알면 취업하던 때도 있었는데, 중국어가 ‘만능키’라는 인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